기억 나무

마당솥 옆나무

by 기억나무

쌀쌀한 늦가을엔 가끔 할머니 표 고등어 추어탕이 생각난다.

그 맛있고 신기한 음식 이름이 고등어 추어탕 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할머니에게 이 음식이 뭐냐고 물었을 때 미꾸라지 대신 고등어를 추어탕처럼 만드니 고등어 추어탕이라고 하셨었다.

할머니 댁에 갔을 때 통통하게 살이 오른 푸른 등비늘이 반짝이던 고등어를 솥에 넣고 폭폭 삶아지면 빨간 소쿠리에 건져서 뜨거운 고등어살을 할머니의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쓱쓱 휘 휙 으깬 다음 고등어 살과 뼈를 발라냈다.

쪼그리고 앉아서 할머니를 보다가 뜨겁지 않냐고 물었더니 할머닌 아무렇지 않은 듯 뜨거울 때 살을 발라내야 한다고 하셨다.

주름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할머니 손이 중국영화에서 본 사람같이 뜨거운 솥에 손을 넣으면서 단련하는 무술자 같다고 같았다. 아이는 생각했다. 할머니 손에 맞으면 엄청 아프겠다.!

살이 다 발라진 고등어는 약간의 비릿한 냄새와 구수한 냄새가 난다.

빨간 소쿠리에 담겨있는 고등어 살을 솥에 다시 넣고 할머니가 말려 놓았다가 불려놓은 무청 우거지와 대파와 갖은양념을 넣고 된장을 항아리에서 할머니 손으로 쓱 떠서 이번에도 할머니는 손을 솥에다 넣고 한 번 휘휘 젓는다.

우왓! 진짜 안 뜨거울까?? 할머니 손의 저 자글자글한 주름이 뜨거운 걸 모르게 하는 비밀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할머니 손의 비밀을 혼자서 끙끙대며 추리하고 있는 동안 맛있는 냄새가 온 동네에 퍼져나간다.

드디어 완성이다.

동화책에서 보았던 돌멩이 수프 같다는 생각에 혼자서 웃는다. 고등어 추어탕인데 할머니 손이 많이 들어갔다가 나왔으니깐.

방아잎 향이 짙게 나고 구수한 된장 맛도 나고 들깨 향도 나고 곱게 갈린 고등어가 목구멍을 부드럽게 흩고 내려간다.

맛있다. 뜨끈하고, 부드럽고, 얼큰하다.

혼자 할머니 집에 올 때 긴장했던 기분이 부드러운 고등어살에 씻겨 나간다.

할머니 음식은 다 맛없는데 이 고등어 추어탕만 맛있다.

비밀스럽게 혼자만이 상상해 본 비밀스러운 재료가 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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