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집 작은 나무-2
남편의 어머니이자 나의 시어머님 은 어려운 분이다.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많이 어려운 분이다.
독자인 남편을 아들 삼아 남편 삼아 친구 삼아 애인삼아 살아오신 시어머님께서는 결혼하여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된 아들을 놓아주지 못하셨다.
어렸던 나는 호기롭게 시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분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유일한 조건은 같은 공간이 아니라 각자 다른 공간에서 살기였다.
우린 어렸다.
남편은 시어머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나는 시어머님 그늘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나 홀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견뎌내야 했다.
시어머님의 그늘이 아니라 나만의 그늘, 우리 가족만의 그늘을 원했다.
남편이 그늘이 되어 보겠다고 어머님의 그늘 안에서 꿈틀거릴 때 남편을 말렸다.
그냥 가만히 그 그늘 안에 있으라고, 섣부르게 움직였다가는 남편이 빠져나온 빈 공간에 태양빛이 채워지면 어머님의 그늘은 말라 버릴지도 모르니.
어차피 뜨거운 태양 아래에 내가 있으니 나 혼자 감당하겠다고 했다.
섣부른 오만함은 나의 공간이 헌 집이 되어가는 동안 같이 병들어 가고, 노쇠해 가는 시어머님을 더 패악스럽게 만들고, 시어머님의 그늘과 나의 빛 중간에 서있던 남편을 아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