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쟁이 나무
새벽에 눈을 떴다. 아니 눈이 떠졌다.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 짧은 찰나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좀 더 일찍 하루를 시작할 것인가
그 고민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누군가의 하루 시작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따뜻한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들고 서재로 들어가서 노트북을 켜고 책상 앞에 앉는다고 했다 그것이 누군가의 하루 시작이라고 했다.
따라쟁이가 되기로 했다.
인스턴트커피대신 차 한잔을 준비하고
서재 책상대신 식탁에 노트북을 펼치고
가만히 조용하게 앉아 있는다.
찻잔을 선물해 준 고마운 사람과의 기억이 떠오르고
찻잔에 담긴 찻잎을 선물해 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마음이 떠오르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식탁에 앉아서 함께 할 가족이 떠오르고
새벽까지 서재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아이의 고요함 속 치열함이 떠오르고
서재 책상이 아니라서 나의 이 시간이 치열함이 아니라 고요함 일 수 있었을까 질문이 떠오르고
나의 하루 시작을 글로 남길 수 있어서 그저 좋다.
잠에서 깬 남편이 따뜻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며 잘 잤냐고 해주는 공간이 지금 이곳이어서 좋다.
이 시간을 글로 남길 수 있어서 그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