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딸아이와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화두는 '난 괜찮은 어른인가'였다.
딸아이가 물었다.
괜찮은 어른의 기준점이 뭐냐고
내가 답했다.
그 사람이 친숙한 사람과 있을 때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는지 언행이 어떤지가 제일 큰 기준점 아닐까
딸아이가 물었다.
타인을 대하는 행동은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성격마다 대하는 행동이
나와는 다를 수 있는데 나와 다르다고 옳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 걸까
언행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지식에 비롯해서 무의식 중에 나오는 것이니 일부분 동의 하지만 정말 편한 사람 앞이라면 사회에선 할 수 없는 언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엄마 앞에서 하는 말투나 행동처럼.
내가 답했다.
좋은 어른이라면 친숙한 사람이라도 배려 깊게 살피지 않을까 사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더 생채기를 내듯이 네가 편안하 게 하는 말과 행동이 엄마에게 상처 줄 때가 있듯이
무의식 중에 나오는 것이 언행이라서 그 사람을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딸이 물었다.
단지 그 두 가지로 괜찮은 어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내가 답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 하지만 그 사람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신뢰를 쌓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그 사람이 너보다 나이가 더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은 어른이구나 생각하는 시작이 될 수 있겠지
딸이 답했다.
난 아직 대단히 괜찮은 어른이구나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엄마 아빠 딸이라서 사적인 감정 없이 볼 수 없기 때문에 그걸 감안하고 본다면 내 엄마 아빠는 괜찮은 어른이라고 생각해
내가 답했다.
그럼 엄마 아빠도 아직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네
엄마 아빠라는 위치를 제외하고 생각해도 괜찮은 어른이다 가 아니니깐
딸이 질문했다.
나는 아직 엄마 아빠에게 아기지만 내 나이 스물넷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대답했다.
응,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감사해
너의 또래 거나 너보다 나이가 더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엄마가 그들에게 느꼈던 좋은 것들이
너에게 많이 보여서
그들보다 좋지 않은 것들을 너 가 알아가고 고쳐가고 있는 것이 보여서.
딸아이의 눈이 하늘에 예쁘게 걸려있는 초승달 모양이 되었다.
늘 아이들에게 말했었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라고 너희들이 보기에도 어른이어야 어른이라고.
나의 말이 옳은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나이로 살아가는 어른이 아니라 삶으로 어른답게 살아가는 어른들을 만나고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했다.
그래야 내 아이들도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쫓아서 살지 않을까.
그래야 내가 내 아이들에게 그런 어른의 뒷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