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무

오디나무

by 기억나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나무란 뭘까 왜 난 나무가 좋은 거지?

생각해 보니 나에게 나무가 남다르게 다가온 첫 시작은 오디나무였다.

적막한 집에 혼자 오래 머물기 싫었던 나는 놀거리 먹거리가 철마다 있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그날도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하나 여기저기 탐색하고 있을 때 집 근처 폐가축장이 된 건물 담벼락 옆으로 붉은빛 검은빛 열매가 소복하게 열려있는 커다란 나무를 발견했다.

호기심에 나무 밑 담벼락에 몸을 밀착시킨 뒤 하늘을 향해서 고개를 젖혔다.

초록잎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검붉은 열매들이 반짝거렸다.

열매를 따먹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올라왔다. 집으로 바로 가지 않아도 된다.

담벼락 개구멍으로 작은 몸을 밀어 넣어서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나무를 타고 올라 가지에 앉아서 오디를 따먹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달콤한 오디들이 입안에서 즙을 짜낼 때마다 그 맛이 얼마나 좋던지

그러다가 길게 뻗어있는 나뭇가지 끝에 닿은 시선은 폐가축장 양철 스레트 지붕이었다.

낡고 녹슬고 중간중간 구멍이 뚫려있고 이끼가 피어 있는 주인 없는 초라한 양철 스레트 지붕.

하지만 내 눈에는 그 양철지붕이 그림같이 보였다.

칠이 벗겨져서 드러난 녹슨 양철 위에 떨어진 오디가 자줏빛으로 물들이고

구멍 뚫린 날카로운 양철 끝에 푸른빛 붉은빛 오디들이 말라 붙어서 날카로움을 감춰주고

연초록빛 이끼 위에 떨어진 검은빛 오디들이 이끼 꽃이 되어주고 있었다.

물기가 다한 갈색잎과 아직 빛을 잃지 않은 초록잎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오디들이 그려놓은

그림을 완성시킨 듯했다.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무도 모르는 커다란 캔버스 위 자연이 그려낸 그림을 나 혼자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으쓱해졌다 그림의 물감이 되어준 오디나무를 내가 발견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으쓱 해졌다.

아마도 이때부터 난 나무를 좋아한 것 같다.

자연이 그려낸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의 매력을 알아버린 그날, 그 커다란 오디나무의 풍성함과 편안함을 알아버려서 난 나무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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