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또 다른 나의 모습, 나의 뒷모습이다.
때로는 그림자 뒤에 숨기도 한다.
그래서 그림자를 숨기고 싶을 때도 있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뒷모습은
태양 빛 앞에서는 여과 없이 본모습을 드러낸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수가 없다.
태양이 높을수록 그림자는 짧아지듯이
빛이 나에게 닿을수록 뒷모습은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완전한 어둠 속에 가리어질 때 나의 모습들도 함께 잠식당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좋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품고 어둠 속에 더 깊이 웅크리고 앉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빛은 지금도 조금씩 나에게 닿고 있다는 것을.
나는 나의 그림자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