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나무
비가 그친 후 하늘이 눈부시게 맑았다.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걸렸다.
이 향기... 라일락이다!
연보랏빛 고운 꽃잎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바람이 가지를 흔들 때마다 계절이 봄이 되었음을 알려주던 라일락.
라일락 꽃잎향이 나의 기억 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아... 라일락 나무가 있어서 헌 집에서도 향기로운 봄을 맞이했었구나
헌 집 마당에는 라일락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키가 큰 라일락 나무의 가지는 2층 베란다 창문에 맞닿아 있었다.
베란다 창가에 맞닿아 있는 라일락 나뭇가지에서 연한 빛 잎이 돋아나고 연둣빛 잎사귀가 풍성해지면 연보랓빛 작은 꽃잎들이 옹기종이 모여서 한송이를 만들고 한송이들이 모여서 가지를 감쌌다.
그 품에 머금고 있는 향기는 봄바람이 스칠 때마다 나의 헌 집구석구석에 라일락 향기를 베어놓았었다.
난 그게 그렇게 좋았다.
겨울 같았던 차가운 헌 집에도 따뜻한 봄이 왔음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봄 햇살이 거실에 차오르면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바람에 실린 햇살이며 라일락 향기를 내 몸 구석구석에 채워 넣었다.
그렇게 난 온몸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난 겨울을 견뎌내고 있었다.
헌 집에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봄은 유난히도 향기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