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해가 어째 반토막이다. 오후다 싶으면 벌써 어둡다. 바람은 차고 밤공기는 쓸쓸하다.
주중에 한두 번 퇴근길에 딸아이와 만나 밥을 먹는다. 가성비와 맛을 따져가며 음식점을 찾는다. 즐거운 일과 중 하나다. 행복은 단조롭고도 단순한 것 같다.
함께 밥을 먹다 보면 딸이지만 친구처럼 느껴진다. 운동 비용 걱정부터 오늘 읽은 책 내용까지 시시콜콜하다. 어느 순간 나도 그 나이 또래가 된다.
노릇노릇 한 고등어구이 앞에서 남편 흉을 봤다. 아이 앞에서 남편 험담은 생각도 못 하던 일이었다.
'엄마, 힘들겠구나!'를 기대했다. 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더니 "아빠도 외롭고 힘들어서 그런 거야."라고 말한다.
남편과 나의 지나온 날들이 짧은 순간 펼쳐졌다. 씁쓸했다. 그래, 나만 외롭고 힘든 게 아니었구나. '남편도 그렇구나. 딸아, 너도 그렇구나.'
'좋은 시절 다 지나간 걸까.' 순간 불안이 엄습했다. 혼자라는 고립감, 외로움, 삶의 무미건조함을 우리는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그때 머릿속에 하상욱 시인의 시 한 줄이 떠올랐다. "안 생길 것 같죠? 생겨요. 좋은 일." 그럼 생기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