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듯 고요한 겨울밤이다. 빈 가지만 남은 나무도 숨 죽인다.
가로등 불빛 아래 싸락눈만이 흘러가는 시간을 말해준다.
먼지 같은 눈송이처럼 스멀거리는 불안의 조각들.
눈에 들어간 티끌 하나가 눈앞을 가리듯, 작은 불안에 세상이 멈춘 듯 아득해진다.
나, 이토록 약한 존재인가.
맨몸으로 겨울 찬 바람을 맞는 나무. 차가운 이불 아래 세상이 숨 막히게 고요해도, 어둡고 찬 시간을 묵묵히 흘려보낸다.
겨울, 눈, 바람, 나무는 생각하지 않는다. 온몸으로 받아들일 뿐.
불안은 애써 이겨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함께 가는 것이다.
그렇게 나무는 이미 뜨거운 봄을 품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