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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나를 살게 하는 것

날마다 좋아지고 있어

by 빛해랑

며칠 전 석가탄신일에 하루 종일 많은 비가 내렸더랬다.


휴일에 비가 오니 눈앞에 상황만 놓고 불평이 나도 모르게 올라오더라.


비 갠 다음날 맑고 짙푸른 하늘을 보니 어제의 비가 감사해지는 간사한 마음이 무안하다.


비개인 다음날 하늘

일 년 중 이런 날씨가 몇 번이나 될까 싶을 만큼 맑고 쾌청한 날씨다.


물을 마신 나무는 더욱 푸르다.


바람을 타고 코끝에 전해져 오는 향기를 따라가 본다.


담장에 핀 유월장미

장미 향기에 취해 정신줄을 그만 놓아버린다.


언젠가 TV 강연에서 인기 강연가가 말하기를 "계절을 느끼는 사람은 우울증이 오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하늘이 파랗구나!" "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구나!" 자연에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표라고 말이다.


아직까지는 건강하구나!


자연이 감사한 것인 줄 모르던 때가 있었다. 책과 가까이 지내지 않은 때가 있었다.


뒤돌아보니 그땐 무기력함이 집을 짓고 있는 듯 마음의 고단함이 있었다.


크게 웃을 일도, 크게 울 일도 없던 그날이 그날이던 일상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잠자고 있던 본능이 깨어난 듯 나를 찾아갔다.


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일으켜 세운 건 책과 자연의 힘이었다. 읽고, 쓰기도 하고, 걸으면서 나무와 바람과 풀과 얘기했다.


진정 감사의 마음으로.


몸과 마음은 비 갠 후의 저 하늘처럼 맑아지고, 붉은 장미처럼 향기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바람에 스러진 풀이 꼿꼿이 일어서듯 살아 움직인다.



행복을 담는 나의 그릇이 반짝반짝 빛나게 오늘도 닦는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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