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운동을 잘하고 운전을 잘합니다."(자랑거리가 왜 부끄러운 건지)
여섯 살 아이가 유치원 엄마 참여수업 날 발표한 이야기다.
"엄마아~~ 친구들끼리 인기투표했는데 엄마가 일등 했어 내 친구들이 엄마가 최고래~!"(간식의 힘은 위대하지)
초등 3학년 아이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던지며 하는 말이었다.
"이 카페에 앉아있는 아줌마들 중 엄마가 가장 예뻐"(콩깍지 단단히 씌었네)
대학교 졸업 직후 집 앞 스타벅스에서 식후 커피 한잔할 때 하는 말이었다.
그랬던 딸이 어제는 "내 스트레스의 반은 엄마야!"라고 말한다. 화가 나서 한말인지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진심은 아니었을 거라고 부정하고 싶다."귀여운 우리 엄마"소리를 달고 살던 아이가 언제부터인지 짜증이 늘어가고, 불만이 쌓여간다. 친절하고 상냥하던 아이가 변한 건가? 아니면 내가 변한 걸까?
아이는 고등학교 동아리활동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쳤다. 홀홀 단신 학업생활을 했던 탓에 제때 치료를 할 수 없었던 것이 지금껏 발목을 잡고 있다. 2년 전 통증이 도졌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도록 엄마인 내가 권유했는데.... 다음날부터 다리 전체에 통증이 느껴지더니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그날 이후 고관절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애를 먹고 있다.
웬일인지 치료가 잘되지 않고 있다. 회복을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중인데도 말이다.
좋아하던 학업이 중단된 상태다. 이 상황이야말로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을 전전하고. 운동과 재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보니 점점 예민하고 까칠해진다.
표면적으로는 우린 서로 잘 버티고 있고 잘해나가고 있다고 보이지만, 아이도 나도 지쳐가고 있다. 언제쯤 예전의 건강을 되찾고, 환하게 웃던 자신감 넘치는 아이를 볼 수 있게 될지....
모든 것이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었으면 좋겠다.
T 성향의 아이와 F 성향의 엄마는 공존하기 힘든 조합이다. 우린 거의 맞는 것이 없다시피 한다. 감성적 F 엄마가 논리적인 T 아이를 리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름 애정전선을 지키며 잘 살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누구보다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노라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본인의 스트레스와 고통은 풀지 못하고 참기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차라리 답답해서 엄마에게 한 방 먹인 거였으면 좋겠다. 좋은 대화를 나누어 봐야겠다. 인생에서 의지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는 순간은 늘 온다. 아이와 내게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이다.
시련은 모두 물러갑니다.
나는 무한한 힘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합니다.
나는 필요한 모든 힘과 지혜, 기운이 내게 주어질 것임을 믿고 용감하게 이 문제에 맞서 싸웁니다.
장애물은 신성한 사랑의 빛 속에서 녹아내려 내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나는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조셉머피
다르기 때문에 산다고 하지 않는가. 너무 애쓸 필요 없다. 너는 너대로의 아름다운 인생이 있을 테지. 지금 느껴지는 마음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기를.... 너도! 나도! 우리 다시 행복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