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함께 하고 싶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으니까. 매일 얼굴 보고 사는 가족이라 해도 각자의 일에 치이다 보면 왠지 함께라기보다 따로국밥 같은 느낌일 때가 많다. 지금 나의 현실이 그러하다. 맞벌이다 보니 주중엔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쓸 여력이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신의 생활패턴이 있으니 저녁에 눈인사와 짧은 안부가 다이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금쪽같은 주말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주말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남편도 나도 가능하면 주말엔 약속을 피하려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 뜻대로 흘러가는가. 4인가족이지만 때론 둘이, 때론 셋이, 그마저도 어려울 땐 혼자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1년 중에 가장날씨가 좋다는 요즘인데 맘먹고 주말나들이를 계획했다. 대단한 나들이가 아니어도 아침 일찍 서둘러 야기에 수면부족을 최고의 적으로 생각하는 큰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우리 주말에 소풍 가자" 운을 떼보았다. 반응이 의외다."오호~오랜만에 다 같이 가는 거야?" 아침잠을 포기하겠다는 의중을 들으니 마음이 붕싯거리며 준비는 일사천리다. 인턴 중인 둘째는 벌써부터 일정을 비우고 의견통합을 본상태였기에... . 강아지까지 다섯이 외출을 해보긴 정말 오랜만이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수박, 둘째가 좋아하는 참외를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장소 선택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선택한 곳은 다행히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개인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어 하루를 오븟하게 보내기에 충분했다.
넓은 잔디밭에서 강아지와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행복해 보인다. 이미 성인이지만 강아지와 놀 땐 여전히 어린 아이다. 웃음소리! 내 아이의 웃음소리! 말할 수 없이 좋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온마음을 드러내 대화한다. 잔디밭을 걸으며 도란도란. 까르르. 소곤소곤.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가져갈 수만 있다면... . 여유로운 남편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이리 와서 엄마 좀 안아줘 봐" " 우리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행복했던 오늘을 잊지 말자" 두 팔 벌려 안아주며 말해주었다. 생각했다. 좋은 때를 알아차리는 것도 행운이라는 것을... . 그 좋은 때를 맘껏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이고 행복인지도....
인생에서 하루는 새털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하루가 어땠는가에 따라 행. 불행이 갈린다. 하루쯤 아무렇게나 보내면 어떠랴. 절대 그렇지 않다. 카피라이터인 박웅현 님의 《여덟 단어》라는 책을 보면 '개처럼 삽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개들은 잘 때 죽은 듯이 잡니다. 눈을 뜨면 해가 떠있는 사실에 놀라요. 밥을 먹을 때는'세상에나! 나에게 밥이 있다니! 하고 먹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뛰어다녀요. " 유독 이문장이 떠오르는 날이다.현재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기라는 표현이다. '카르페디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강조했던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단어다.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은 가족이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 하는 오늘을 모두가 행복하게 누리길... . 카르페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