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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빛나 Jun 06. 2024

1. 세상에 만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아직 여름도 아니건만 피부를 뚫을 만큼 자외선이 따갑습니다. 월요일 아침 9시 출근해서 가방을 사물함에 넣기도 전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니 버스기사가 길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  진짜 날도 더운데 엉뚱한 곳에서 내릴 뻔"  "사람 열받네~씨 아침부터 진짜 짜증 나네" 누가 끼어들 틈도 없이 속사포처럼 내뱉는 그녀. 잠시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게 동료가 한마디 합니다. "왜 저한테 화를 내세요?" 씩씩거리는 그녀의 대답은 "아이~씨 자기가 만만하잖아 "  순간 나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평소에도 거친 말투가 자주 거슬렸던 사람입니다. 상대 동료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표정을 애써 누르고 입을 닫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분명 지금 그녀는 자신의 기분을  무례한태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차마 끼어들 수 없는 분위기가 돼버렸습니다.


"연 0 씨  세상에 만만한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마음 같아선 다가가서 귀에 대고 강한 어조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기가 세기로 유명한 그녀에게 맞설 용기도 필요했지만  기분이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나만 에너지를 쓰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먼저 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좋은 기운을 빼앗아가는 소위 에너지 뱀파이어입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사람과는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아침출근길이 저도 힘들긴 했습니다. 월요일! 따가운 햇빛! 습도! 이상기온! 교통체증! 이유를 찾자면 한도 끝도 없는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좋은 태도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왜일까요? 더불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누구도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그 사람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거든요. 왜 그녀의 기분을  주변의 사람들이 감내하고 받아줘야 할까요. 다른 방법으로 기분을 표현했더라면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을 것을 말이지요. 필터링 없는 말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날입니다.


좋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좋은 에너지를 끌어당깁니다. 만만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의 귀함을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에는 소중할 사람에게 만만하게 대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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