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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빛나 Jun 23. 2024

4. 진정한 자존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녀의 원피스에 흔들리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짧은 꽃무늬 원피스의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섭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인사를 건네보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둥 마는 둥 어정쩡한 표정으로 힐끗 보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습니다. 그녀는 최근에 다이어트에 성공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외모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최소한 20kg 이상은 어딘가로 보내버린 게 분명합니다. 그녀에게서 이상한 점이 날씬해진 외모 말고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콧대입니다. 성형했냐고요? 아닙니다. 그녀가 날씬해진 뒤로 매일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원피스(그전엔 고무줄바지와 티셔츠를 주로 입었음)만큼이나 자신감이 높아졌습니다. 턱이 아예 들려 있습니다. 사람과 대화할 땐 눈을 지그시 니다. 몰랐습니다. 외모의 자신감 하나가 정신까지 지배한다는 것을. 그녀의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일상을 매번 경험합니다.


회의에 참석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다리를 꼬고 커피를 홀짝이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 거울을 한번 쓱 보더니 자신의 얼굴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내가 뭘 본거지?"


자신감에 찬 어깨와 당돌해진 엉덩이를 흔들며 회의실에 들어서는 그녀가 순간 부러워집니다. 안하무인이 됐다는 주변의 평판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했다는 다이어트 방법을 수첩에 적어보고 싶어 집니다. 그녀는 무려 2년째 병원과 약물을 복용하며 관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그녀의 다이어트 방법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자신감과 세상 무서울 것 없다는 태도, 표정에 일순간 현혹당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 바람에 풀잎 나부끼듯 멘탈을 가진 내가 그녀처럼 강력한 무기가 갖고 싶다는 유혹에 빠집니다.


 다행히 진정한 자신감, 자존감은 그런 데서 오는 게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 몇 분이라도  그녀를 부러워했다는 자신이 좀 귀엽 기는 했습니다. 집 나간 정신이 돌아온 거지요. 그녀의  과도한 자존감에서 위험수위를 감지합니다. 진정한 자존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나에 대한 이해가 먼저일 것입니다. 이해하면 사랑이 다가오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봅니다. 그곳에 무엇이 있든 받아주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믿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존감 아닐까요.


꽃무늬 원피스의 그녀는 쾌활하고 아름답습니다. 다이어트하기 전엔 겸손함으로 오해했던 의기소침함이 지금은 높은 자존감을 가장한  교만함으로 아슬아슬한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진정한 자존감에 대한 생각을 주는 그녀에게 감사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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