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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빛나 Jun 20. 2024

 3. 떠나보내는 일

 또 그렇게 살아집니다.

이른 새벽 눈을 떠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더위 탓인지 걱정 탓인지 잠을 설치고 언니에게 전화를 넣었습니다. "잠은 좀 잤어?" 몸은 좀 어때?" 괜찮은 거지?"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도 아닙니다. 기운은 차리고 있는지... 밥은 먹고 있는지.... 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언니는 일주일 전 남편을 잃었습니다. 마냥 좋은 남편만은 아니었어도 아이들 장성할 때까지  부대끼며 살았으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을 테지요. 그 슬픔을 어찌 견디어나갈지....


사람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를 잃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작 우리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더 걱정입니다. 슬픔이 너무 크면 감각도  무뎌진다는데  쓰나미처럼 몰려오지는 않을는지.... 살아온 인생이 순탄치 못했고 칼날 같은 성격 탓에  친화력이 부족했던 형부였습니다. 무릇 식구란 허물을 감싸주고 덮어주는 게 맞듯이 그런 형부를 사랑했습니다. 자기중심적이던 사람이 딸부잣집 사위가 되면서 변화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았습니다. 꼿꼿하고 자존심 강하던 사람이  늙어가면서 가족을 위해 간식 만드는 걸 좋아하고 , 나누어주는 걸 좋아하고, 김치 만드는 일까지 손수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췌장암과 4년을 싸우며 버텼습니다. 다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사 한마디 남길 겨를도 없이  떠나버릴 줄은.... 슬픔은 온전히 남은 사람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생로병사는 어찌할 수 없다지만 참으로 허망하고 덧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덥다고 투덜대고 배고프다고 밥을 먹습니다.


내 걱정은 말라는 언니말을 믿어도 될지 말뿐임을 아니 어찌 챙겨야 할지.... 자식이  넷이나 있는 언니이지만 물가에 내놓은 듯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홀로'라는 단어가 맴돕니다. 울타리가 사라진  언니는 이제 오롯이 홀로 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당장가을에 있을 막내아들 상견례도, 딸아이 결혼식도 홀로 치러야 합니다. 아니 매일 혼자서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야겠지요.


나고 죽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건만 순응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요. 부디 고인은  그곳에서 행복하길 바라고, 남은 언니는 이곳에서 행복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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