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내 삶의 중심을 아이들에게 두었었다. 아이들과 남편의 뒤에 있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을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고 살았다는 생각에 좋기도 하면서 동시에 안쓰럽기도 하다. 열심히 살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열심히는 살았지만 아끼고 소중하게 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직장인이다 보니 출근 준비 때문이라도 매일 거울을 본다. 오늘 아침에도 예외 없이 거울 앞에 섰다. 예전의 젊고 활기찬 모습은 어디 가고 다 늙은 여자가 노안의 실눈으로 짙어진 기미를 노려보고 있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불안해 보인다.
자신을 스스로 돌볼 만큼 삶이 여유롭지 않았다. 이제는 나를 돌볼 시간이다. 어느 날 아이들이 다 컸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지금껏 가족에게 집중했던 나에게 보상을 주고 싶었다. 책은 삶의 답을 주고, 나를 찾아가는 길이 되어 주었다. 읽다 보니 쓰게 되고, 쓰다 보니 더 열심히 쓰게 된다.
글쓰기는 나에게 치유의 과정이다. 과거의 상처를 떠올리며 글을 쓸 때 다시 그 아픔과 마주하지만 쓰고 나면 상처라고 생각했던 것은 경험이었고, 지금의 내가 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의 무게가 덜어져 가벼워지기도 한다. 나만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에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이 찾아온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꿈을 꾸고 다시 열정을 찾는다. 건강을 챙기는 것도 자신을 돌보는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바쁘다고만 할 게 아니라 많이 움직이고,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자 노력한다. 꾸준한 운동을 하면 더 좋겠지만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쉽지는 않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겠는가.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에 부지런해지면 건강해지고, 내가 먼저 행복하면 주변의 사람들도 행복해진다.
하늘이 어두워도 해는 여전히 구름 뒤에 있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빛날 것을 알기에 살만한 인생이다. 남은 삶을 나에게 집중하고,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겠다. 사실은 남을 돌보는 것보다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더 어렵다. 자신을 스스로 보살피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거니와 자신을 이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끈기와 인내로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고도 한다. 버티기의 천재가 성공하는 법이라며. 즐기는 천재로 살고 싶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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