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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Jul 19. 2023

오송지하차도 교통통제 기준

충북도의 말도 안 되는 호도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오송지하차도 참사 시 충북도가 지하차도 상황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지하차도의 침수깊이가 지하차도 통제기준인 50cm에 달하는지 살펴 보고 있었는데, 제방이 무너지면서 2~3분 만에 갑자기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모 방송에 따르면 지하차도 관리청인 충북도가 지하차도를 통제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1. 지하차도 침수심 50cm 

 2. 하천수위 29.02m

 3. 기상특보 호우경보

 4. 교량수위 29.02m


기준에 보이는 29.02m는 미호천의 계획홍수위다. 


위 방송은 "사고 발생 두 시간 전, 두 가지가 충족되었지만 통제는 없었습니다."라고 하여 위의 통제기준을 모두 동시에 만족해야 지하차도를 통제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충북도의 담당간부도 마치 위의 요건이 모두 동시에 만족해야 통제하는 것처럼 말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건들이 "AND'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정말 웃기는 얘기다.


이번에도 봤지만, 서울의 잠수교는 서울에 비가 내리지 않아도 상류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서 팔당댐의 방류량이 늘면 한강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통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잠수교에도 동시에 비가 잔뜩 내려야만 잠수교를 통제한다고 하면 그걸 유치원생인들 납득하겠나 싶다. 


위의 통제기준은 마땅히 'OR'로 구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 즉, 지하차도가 위치한 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 그 자체로 지하차도가 침수될 위험이 있어도 하천의 범람여부와 관계없이 통제해야 한다. 또 상류에서 비가 많이 내려 하천이 계획홍수위에 도달하여 범람의 위험이 있으면 해당지역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도 시민 안전을 위해 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한다. 네 가지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말할 것도 없다. 기준대로 운용했다면, 청주시가 보고를 했든 안 했든 지하차도를 통제해서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충북도가 이를 호도하고 있는 게다. 그리고 이런 엉터리 설명을 비판없이 따라 보도하는 언론도 딱하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행안부가 "무조건 길을 막는 것은 교통 흐름을 오히려 방해한다"면서 "지역 여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하라는 것으로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지자체 몫"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시민 생명과 관련된 기준을 운용하면서 개개인의 상황판단에 맡기는 여지를 두었다는 것이다. 최종판단을 하는 책임자가 경험과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면 실수없이 원숙하게 상황을 판단하여 교통흐름도 잘 유지하고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도 막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도 보듯이 개개인은 종종 에러를 범하곤 한다. 상황판단 과정에서 human error는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민생명과 관련된 기준은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맞다. 네 가지 요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교통통제를 해야 한다. 그래야 human error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너무 과하고 잦은 통제로 시민들의 민원이 발생하면 다년간의 통계를 분석해서 기준을 다소 완화하는 것도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개개인이 기준과 달리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언제든 이번같은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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