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위험 최고등급"… 이런 경고에도 2년간 뭉갰다 - 매일경제
참으로 쓸데없는 짓.
갑자기 석촌 호수 수위가 내려간 2013년경에 땅꺼짐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중앙정부는 3D 지도 제작을 주요 핵심대책으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지하 또는 지상에 대한 3D 지도나 digital twin을 작성하는 것에 대해 이의을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땅꺼짐과 관련해서 3D 지도 제작을 주요 대책으로 삼아 거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대책의 우선 순위와 그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서 2014년 경에 이미 '도로함몰지도'를 만들어 운영한 바 있습니다.
지도 상에 지반의 상태와 지하매설물 현황을 표시하고 거기에 땅꺼짐 사고를 지속적으로 plotting하면 어느 지역에서 땅꺼짐이 자주 발생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주로 지반이 모래질이고 하수관 등이 노후한 지역에서 땅꺼짐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별로 육안 조사 및 GPR 탐사등의 '우선순위와 빈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땅꺼짐 지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이겁니다.
땅꺼짐 지도가 있어도 굴착작업 등 지하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을 할 때는 지하 상태를 별도로 조사해야 하고, 특히 지하매설물은 '줄파기'작업을 통해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굴착공사 시 지하매설물 도면을 참고하되, 그 지하매설물을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고 안전을 확보한 뒤에야 본 공사를 허용해야 합니다. 이런 원칙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두 똑같습니다. 지도는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그 참고사항인 지도제작이 핵심대책이 되어, 그 지도가 제작이 되면 마치 땅꺼짐을 완전히 방지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명일동 땅꺼짐은 터널공사 시 연약한 천정부의 보강이 부실해서 붕락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연 서울의 지하지반 상태를 100% 완벽하게 3D지도에 구현하는 게 가능할까요. 그렇게 하려면 도대체 돈은 얼마나 들까요.
현실적으로는 지반상태를 조사한(또는 지반상태 데이터가 확보된) 지점들 사이를 선형으로 연결해서 추정할 수 밖에 없는데, 실제 지반은 그 중간 부분이 선형이 아니고 다양하게 변동하기 때문에 완벽한 지도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그런 지도가 있다고 해도 부실한 공사관리 시스템을 방치한다면 도대체 이런 지도가 사고 방지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답답한 얘기입니다. 나랏돈이 눈이 멀어 줄줄 새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하수관 등 지하매설물의 노후, 손상, 부실 등으로 발생하는 지표하 2~3m 이내의 낮은 지하층에서 발생하는 땅꺼짐은 GPR 탐사 장비의 보급 확대, 탐사기술 개발(현재 국내는 2m, 일본은 3m 깊이까지 탐사), 판독기술의 개선 및 보급확대, 땅꺼짐 지도를 활용한 탐사 우선순위와 빈도의 합리적 결정 등을 통해 대처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땅꺼짐의 규모가 이보다 큰 건축물 지하층 공사와 지하터널 공사는 공사관리를 더욱 엄격히 하는 쪽으로 가닥을 달리 잡아야 합니다. 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서 정부(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밑도 위험하고, 머리 위도 안전하지 않고, 옆에서는 또 뭐가 덤벼들지도 모르겠고... 참으로 위험한 세상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민초들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