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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과 대책

by 조성일



잇따른 대규모 사고로 땅꺼짐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석촌호수의 수위가 갑자기 떨어진 게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이라는 모 언론사의 보도로 시작해서, 석촌동 일대의 크고 작은 땅꺼짐(대부분은 하수도 노후)과 지하철9호선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석촌지하차도 하부에서 약 80m 길이의 대형동공이 발견되면서 땅꺼짐이 크게 사회 문제가 되었던 2014년도의 모습을 다시 보고 있는 것같습니다.


당시에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으로 대책 마련을 위해 미국, 일본 등 국내외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또 국내에는 없었던 GPR 탐사기법 도입을 위해 일본에 출장까지 다녀오고,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종합대책을 발표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서울시의 노후하수관 정비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서 중앙정부에 예산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중앙정부(기재부)가 서울시 예산 지원에 관심이 없는 건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일본은 서울보다 경제력이 나은 도쿄가 일본의 얼굴이라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데 반해, 서울은 같은 대한민국의 얼굴인데도 돈이 많다고 지원을 거부하는 게 두 나라 중앙정부의 인식 차이입니다. 서울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데 말입니다.


작금의 사태에는 기재부의 이런 안전에 관한 무관심과 안전사고의 파급효과에 대한 정책적 둔감함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꾸준히 예산을 지원하여 계획대로 노후하수관을 정비했다면 적어도 노후하수관으로 인한 중소규모 땅꺼짐의 상당수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사고들이 발생하면 여기저기서 정부의 눈먼 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이런 모습은 학계나 연구기관이라고 다를 것도 없습니다. 전문가라는 탈을 쓰고 정부관계자나 정치인에게 '첨단기술에 의한 과학적 관리'가 최고의 해법(the best solution)이라고 꼬드겨서 정부예산만 도둑질(?)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인과 언론은 '첨단'과 '과학'이라는 껍데기에 혹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은 전문가들의 이런 사기행각(?)을 걸러낼 능력이 모자라 이런 일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제 기억에 대표적인 것을 들면, 3-D 지하지도를 만들면 땅꺼짐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안은 실제 박근혜정부에서 채택되어 진행되었지만, 그 당시 제 계산으로는 지반의 정밀한 상태를 조사하려면 서울만 해도 수조원이 소요되어서 실효성이 부족했습니다. 대신 서울시는 그 동안 서울시에서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던 공사장 지하 보오링 데이터를 활용한 지질상태와 지하매설물을 표시한 도면에 도로함몰 발생위치를 플로팅한 도로함몰지도를 5억원 정도를 들여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일본 도쿄도 마찬가지 형식의 지도를 운영하고 있었구요. 땅꺼짐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도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에는 그 어마어마한 투자비용과 실효성에 대해 짚어봐야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설령 digital twin을 만든다고 해도 땅꺼짐과 관련해서는 해법 자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에 불과합니다. 그 참고를 위해서는 위의 저렴한 도로함몰지도만의 정기적 업데이트만으로도 가능합니다.)


또 하나는 아래 그림에 보인 겁니다. 중앙정부(당시 oo부)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수행한 "사물인터넷 기반 도시 지하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시스템 기술개발"이라는 연구입니다. 예산이 300억원이 넘고 참여인력도 250명이 넘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중앙정부는 이 연구결과를 대책에 어떻게 활용했는지 궁금합니다. 하물며 이 연구가 국내의 땅꺼짐 예방기술 발전에 다소라도 기여한 바가 있는지나 모르겠습니다.


당시 이런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참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바도 있었습니다. 땅꺼짐은 기본적으로 땅을 파는 곳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 연구는 지하매설물이나 지하구조물에 센서를 설치하기위해 땅을 여기저기서 깊이 파야 해서 기본적으로 방향이 안 맞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센서를 설치하기 위한 굴착비용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설치된 센서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송신해야 하는데, 그 또한 비용도 많이 들고, 센서의 수명이 통상 1년 정도로 길어야 5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센서에서 송신되는 데이터가 오류인지 실제상황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고, 통상 직원이 현장에 나가 확인해야 하는데 그게 반복되면 양치기소년이 되어서 정상적인 신호도 무시하기 일쑤죠.


그때나 지금이나 땅꺼짐 대책 중의 가장 기본적인 것 중의 하나는 지하매설물이나 지하구조물의 결함과 손상 부분으로 물과 흙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동공을 사전에 찾아낼 수 있는 GPR(미국은 연기를 사용하기도) 등의 기술 개발(국내는 2m, 일본은 3m 깊이)과 인력·장비의 확충, GPR데이터 판독 기술자의 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 일어나고 있는 지하철 터널공사는 깊은 곳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지표에서 GPR로 탐색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이로 인한 문제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설생산시스템(계획-설계-계약-시공-감리 등)을 G7국가 수준으로 획기적 혁신을 이루지 않는 한 요원한 일이 될 겁니다. 1회성으로 대책을 살펴서는 결코 해소되지 않을 문제입니다.


2014년 당시 서울시 대책에는 급한대로 공사현장에 도로함몰 전담 감리원을 추가하도록 했는데, 그 마저도 이후 예산 등을 이유로 확산되지 못했던 게 아쉽기도 합니다.


살펴보면, 최근에 발생한 사고만으로도 아파트공사장 붕괴, 교량공사장 붕괴, 지하철 공사장 붕괴... 이게 공사의 내용과 장소만 다를 뿐이지 사고가 발생하는 메커니즘과 근본원인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정치와 사회가 뜻과 지혜를 모아 뼈를 깎는다는 마음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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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K-팝, 전자, 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세계시장을 이끌고 있는 선례를 참조해서 건설분야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나서 국내의 기술로 세계 시장을 점유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국내 시스템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지금 외국의 최고들을 통해 배우기도 하구요.




모자라는 걸 배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배움을 바탕으로 종국적으로는 이겨내면 되니까요.




모쪼록 지금의 어려움을 잘 승화시켜 후대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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