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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Apr 20. 2023

교량도 의사가 환자 보듯 해야

멀찍이 떨어져 대충 대충 보는 것으로는 안 돼...





일본은 도로법시행규칙에 연장2m 이상의 교량을 5년에 1회의 빈도로 '근접점검(近接目視)'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첨부한 그림은 근접점검을 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가 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는 PPT에서 발췌한 겁니다.


일본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도 근접점검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within touching distance(만질 수 있는 거리 이내)'로 미국은 'hands-on inspection(팔을 들어 그 거리 이내)'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하물며 정밀안전진단 및 성능평가 등 세부지침을 읽어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최신기술에 해당하는 사진촬영에 의한 손상 점검도 영국은 원거리점검을 허용하는 general inspection(2년빈도, 일반점검)에서만 허용합니다. 주점검인 principal inspection(6~12년 빈도)에서는 근접점점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첨단기술을 사용한 교량의 점검(inspection)·조사(investigation)·계측(monitoring)이 늘어나겠지만, 그럼에도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은 사람에 의한 세심한 육안관찰니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영국 기준(standards)에 제시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숨겨진 속살(hidden components)을 열어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우리는 정밀점검·정밀진단 지침에 제시는 되어 있는데, 의무사항인 기본과업에 포함되지 않고 '선택과업'으로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언제든 '예산 사정' 또는 '무지', '무관심' 등으로 그냥 지나칠 우려가 있습니다. 안전점검에서 'A'등급을 받았던 서울역 아파트 기둥 파손이나 강남 대종빌딩의 기둥파손 등이 모두 그런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정자교 붕괴 이후로 일제 점검을 하고 있는데, 언론 기고문에도 썼지만 일본에서는 근접점검 외에 이런 식의 점검은 순회(巡回)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통상순회(이틀에 1회), 정기순회(매년 1회), 이상시 순회(적의 실시)로 나누고 있는데, 지금 지자체가 하고 있는 긴급점검은 '이상시 순회'에 해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 유럽처럼 한번을 보더라도 근접점검과 속살까지 들여다 보는 점검을 하지 않고는 자칫 정자교 붕괴와 같은 사고는 반복될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 인프라 대노후화 시대에 접어들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접어들었다는데, 그 제도와 시스템의 상당수는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 중에 가장 기본인 안전점검규정조차 선진국의 제도와는 멀어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하루 빨리 손을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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