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티즘은 칡같이 뻗어있다
최근 의대생들의 복귀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우병우가 떠올랐다.
지금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서 잘 살고 있는 우병우.
윤석열이 사면시켜 준 범죄자 우병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불법사찰) 혐의에 대하여 징역 1년을 받은 우병우.
조사받기 싫어서 잠적한 전 민정수석 우병우.
후배들에게 극진히 수사받는 피의자 우병우.
지가 우영우도 아니고...
수많은 우병우 중 나는 고등학생의 우병우. 그가 떠올랐다.
우병우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사들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교권이 곧 하늘이던 그 시기에, 그와 상위권 학생들의 말에 교사가 잘렸으니 말이다. 그 선생의 해고에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보아야 할 것은 학교라는 사회에서 보인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엘리티즘 구조이다. 만약, 그러한 요구를 다른 학생들이 했다면 그 교사는 해고되었을까? 그냥 그 학생들이 얼차려 받고 끝났을 것이다. 아니 그랬으면 다행일 것이다. 분명 사람 하나 반죽음 직전으로 때렸을 거다.
당시 그 교장은 해고 전 사족을 붙였다. 학교의 대입 성적을 위해서, 이런 것 말이다. 뭐, 관계자들에게는 중요할 이 명분이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내세우는 ‘의료체계 정상화’라는 명분과 맥락에 차이가 없어 보인다. 두 개 모두 당사자와는 논의도 하지 않는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의 사법부 재판을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은가?
바퀴가 터지고 고무가 달아도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정치인의 태만함과 이때다 싶어 수가를 오리고 성형외과, 피부과를 가려고 하는 의사들의 탐욕이 맞아떨어지는 상황. 파업하고 휴학하며 죽은 환자들과 그동안 병원과 학교를 지켰던 이들, 그리고 학칙과 직업윤리를 성실히 따랐고 따르는 모든 이들은 배제됐다. 오히려 공격받고 차별받을 상황이다.
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표적인 엘리티즘의 산물로 상정했다. 그래서 싫었다.
사회에 나가서 단 한 번도 몸 굽혀본 적 없는 사람.
풍족한 집에서 자라며 집에서 쫓겨날 걱정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
운이 좋은 게 다인 주제에 자기가 노력으로 모두 일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렇기에 자기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 반대 진영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도 결국 기득권인데. 나의 순진함이다.
주식 가지고 장난치면 패가망신한다면서, 차명계좌로 주식을 사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거지된다는 말을 없애겠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후원금을 갈취한 사람을 사면시키고
서울대 10개를 만들어야 할 교육부 장관으로 뽑은 자는 제자 논문을 표절하고 입시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검찰의 피해자라며 사면시키고
우리 사회 구조가 자원을 특정 계층에 집중시키는 경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불공정함은 능력주의의 가면을 쓰고 정당화되는 것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또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또 실망했다. 뭐, 투표권도 없는 내가 그래봤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도 잘 안다. 이번 정부는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 수도권 집중 현상, 부동산 버블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미련하고 멍청하더라도 희망을 걸 거다.
사회 전반에 내재된 엘리티즘 구조를 어떻게 해체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