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몇 년 전 쓴 글을 꺼내다

by 예민한 고슴도치

몇 년 전 쓴 글입니다. 예전에 쓴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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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아침 출근길. 후다닥 하며 내 앞을 지나가는 고양이 세 마리. 8살 아이는 고양이 보라며 좋아한다. 꼬물꼬물 조그만 새끼가 둘이나 된다. 새끼들은 낯을 가리는지 우리를 보고는 도망을 간다. 몸을 숨길 곳을 찾을 수 없어 차 밑으로 들어간다. 아이가 궁금해하며 차 밑을 보고 “고양이 여기 있다” 소리치니 차 안으로 없어져버렸다. 아무래도 차 안쪽으로 통하는 빈틈이 있는 모양이다.


근처에 먹다 남은 고양이 사료가 있길래 한 움큼 주어와 던져주었다. 어미 고양이는 나를 보며 앉아 있고 저만치 뒤로 가 숨어 있던 아가 냥이들이 사료 냄새를 맡고 슬금슬금 차 밖으로 기어 나왔다.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더니 사료를 한 알 한 알 날름거리며 먹는다.


나는 서울의 한 모자원에 살고 있다. 모자원 옆 건물은 30년쯤은 넘은 낡은 단층짜리 벽돌아파트가 있다. 두 건물의 틈에서 길고양이들과 비둘기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지난겨울쯤 길고양이 두어 마리가 모자원 마당에 출현했다. 처음엔 쓰레기봉투를 찢어놔서 참치캔이며 햄을 두세 번 챙겨주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쥐며 비둘기를 잡아 마당에 늘어놓는 바람에 먹이를 더 이상 줄 수 없었다. 모자원 아이들이 쥐의 사체며 비둘기의 처참한 죽음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나도 그런 장면이 유쾌하지 않았으니까. 이후 고양이 먹이를 따로 챙기는 사람이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먹이를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계속 마음 한편에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새끼를 낳은 모양이다.


나머지 고양이들은 어찌 되었을까? 길고양이의 수명은 2~3년으로 10여 년을 사는 집고양이에 비해 짧다고 한다. 길거리 음식쓰레기를 먹고사는데 이것이 사람 음식이다 보니 맵고 짜고 간이 밴 음식이라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내가 이 녀석들을 봤던 게 1~2년 전이니까 나머지 녀석은 그동안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이제 추석이다. 이들의 먹이를 챙겨주는 이들도 연휴엔 고향에 가야 할지 모르고 쓰레기 배출도 줄어들 테니 고양이들이 혹시 굶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회사에 ‘앵두’라는 고양이를 키우는 동료에게 이야기를 하니 입맛 까다로운 앵두가 안 먹는 사료를 종류별로 소분하여 4~5 봉지를 가져다주었다. 길냥이들의 명절 선물이 될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이 뿌듯했다.


연휴 시작 전 날 저녁, 아이를 시켜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커피잔 두 개에 물과 사료를 가득 부어 마당에 놓아두게 했다. 다음날 아침, 고양이들이 먹이를 잘 찾아 먹었는지 궁금하여 나가보았다. 물은 반쯤 없어졌고 먹이통은 깨끗했다. 그런데 아이가 속상해하였다.


“엄마, 고양이한테 밥 주지 말래, 치사해!”

“응? 누가?”

“저거 봐”


아이가 가리킨 곳엔 CCTV 촬영 중,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것, 신고하겠다는 경고 문구가 붙여 있었다. 순간 가슴이 울컥하였다. 어린 새끼 고양이들이 무슨 죄라고.


문득 환영받지 못하는 길고양이 신세를 보니 서글퍼졌다. 나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혼녀이자 싱글맘이다. 남자가 임신을 한다는 천지 개벽한 세상이지만 싱글맘으로써 살아간다는 건 녹록지 않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이에게 엄마 노릇, 아빠 노릇, 선생님 역할까지 해야 한다. 한 때는 내가 아이에게서 아빠를 빼앗은 것 같아 괴로웠다. 아마 아이에겐 아빠란 이루어질 수 없는 가슴 아픈 첫사랑 같은 느낌이 아닐까. 그런 아픔을 어린아이에게 준다는 것이 미안하다. 이혼 후 나는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아빠는 내 성격 운운하며 결혼 생활 파탄은 나의 성격이 나쁜 탓이 되었다. 사회의 시선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나는 이혼이 죄도 아니고 나는 당당하다 생각하지만 ‘나 이혼했어요’라고 커밍아웃하고 난 후 던지는 주위의 호기심 어린 혹은 차가운 시선들에 마음이 위축된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가 받을 상처는 어른이 겪는 것 다 큰 흉터를 남길 것이다. 아니 냥이들이 눈치를 보며 밥을 먹듯이 내가 지켜주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 아이도 불안한 모습으로 눈치 보며 생활하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길냥이도 우리 가족도 쓸쓸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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