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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게 자란 딸내미 Feb 20. 2023

명품 매장에 컴플레인하기

할 말을 미리 써봐야 하는 쫄보의 연습 노트

안녕하세요?

저는 약 2주 전쯤, 귀사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작은 액세서리 한 개를 구매했던 소비자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당시 매장에서 겪었던 불편했던 점을 전하고자 글을 씁니다.

왜 그 당시에 말하지 않고 이렇게 시간이 지난 후에 연락하냐고는 하지 말아 주세요.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컴플레인은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하던가요('부의 추월차선', 엠제이 드마코). 여러모로 VOC (Voice of the customer)는 사업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표 중 하나이므로, 저의 글이 향후 귀사의 고객관리 시스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귀사의 플래그쉽 스토어는 그 존재감이 대단합니다. 조금은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그곳에 가는 것을 퍽 좋아했습니다. 건물이 크고 예뻐서 왠지 모를 고양감이 생기고, 백화점 매장들보다 물건 종류도 많았거든요. 특히 좋았던 점은, 여러 직원분들이 다양한 파트에서 각자의 전문지식을 뽐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분들은 무척 상냥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를 담당했던 셀러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래와 같이 제가 느낀 불편함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저는 그분의 성함을 모릅니다. 소개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타 브랜드들과의 비교가 송구하오나, 그들로부터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의 담당셀러 ***입니다"라는 인사나 명함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저에게, 담당자 소개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2. 저는 스카프링 제품이 마음에 들어 착용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담당 셀러분은 '스카프 가져오셨어요?'라고 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모든 귀사의 국내/해외 매장을 통틀어,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보통은 매장에 있는 스카프로 착용을 도와주거든요. 결국 매장 스카프를 주시긴 했지만, 착용도 제가 직접 했습니다.


3. 다양한 스카프링 활용법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더니, 셀러분께서 '다른 분들은 미리 알아오신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제품을 마주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미리 활용법을 공부해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저의 잘못 같았습니다.


4. 해당 스카프링이 다른 색상도 있는지, 같이 매치한 스카프의 재고가 있냐고 여쭤보자 둘 다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바로 뒷 진열대를 구경하다 다른 색깔의 동일 디자인 스카프링을 발견했습니다. 이러시면 스카프가 없다는 말씀에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5. 스카프링에 어울리는 스카프도 보고 싶어서 보여달라고 요청드렸으나, 그분께서는 다른 쪽 진열대를 가리키며 저기서 보시라고 했습니다. 마침 다른 셀러분이 다른 고객분들께 스카프를 꺼내 보여주고 계셨고, 저는 한 발짝 뒤에서 훔쳐보듯 스카프를 구경했습니다.


6. 결국 스카프링만 구매하고, 결제 후 제품이 담긴 쇼핑백을 받았습니다. 새 쇼핑백일 텐데 아래쪽이 몇 군데 구겨져있었고, 중간 부분에 하얀 실기스가 있었습니다. 이 점을 말씀드리니, '아니다. 새것이다.'라는 짧은 답변만 하셨습니다. 새것이니 새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일 테지만, 논리적인 지적에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단답을 하시니 문제 제기를 한 제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당황스러웠습니다.




헌 것 같은 새 쇼핑백을 들고 나온 저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고개를 숙이니, 제가 신은 뉴발란스 운동화가 보였습니다. 운동화, 청바지, 패딩, 화장기 없는 안경 낀 내 모습. '그래도 몽클레어 패딩인데', '여기 만큼 대단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품 가방 들었는데', '더 비싸고 큰 금액의 제품을 샀어야 했나?' 하는 생각들이 팝업창처럼 튀어 오르자, 순간 제 자신이 초라해졌습니다. 소비자로 하여금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고객 서비스일까요?


뒤이어, '기분이 나빴으니 제품을 구매하지 말았어야 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물건에는 죄가 없고, 모처럼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났기에 결제를 할 수밖에요.

저에게는 이러한 불편함들이, 좋은 물건이라는 인질을 구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아는 한 명품의 가격에는 친절하고 정확한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 봅니다.


저는 이 불편함을 특정 직원 한 사람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직원의 배경에는 그보다 더 복잡하고 거대한 귀사의 명품 산업이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따로 사과나 연락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한 명의 소비자로서, 귀사 관련 기사에서 <연속적인 5~10%의 가격인상> 보다는, <자체 고객 서비스 전략 강화>와 같은 헤드라인을 마주하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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