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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게 자란 딸내미 Jul 02. 2023

소금 쟁이기

한 번도 무언갈 사재기하거나 쟁여본 적 없다.

코로나 사태 때도, 최근 있었던 전쟁 선포 재난문자 때도.


배고픈 밤에 갑자기 떠오른 베이글 한 개도 다음날 새벽까지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니, 그런 습관이 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3일 뒤부턴 언제든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될 수 있다는 뉴스에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역병이나 전쟁 같은 상황에 비하면 상당히 평온한 현재이지만, 그 평온함과 위기감이 대비되어서인지, 더더욱 이 상황이 앞으로의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매일 30분씩 운동을 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0년 뒤에 훨씬 건강한 것처럼.

매일 조금이라도 오염수에 닿았던 해산물을 섭취한다면, 얼마나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지.


사과의 성분은 1,000가지가 넘고, 그중 반도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지 않은가.

인간의 현 기술로는 오염수가 인류를 포함한 자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다에서 나면서, 인간 생존에 꼭 필요한 것.

소금.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느슨하게 사는 편인, 곱게 자란 딸내미인 내가 눈에 불을 켜고 찾은 방법들.

'소금 쟁이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쟁이기' 콘셉트에 걸맞게, 대용량 소금 구매에 초점을 맞췄다.

(마트에서 가공된 소포장 소금을 사는 것 등은 제외함)


 




1. 햇 천일염 구매

[개요]

- 2022~2023년 산 천일염들로, 대부분 20kg 이상 대량 구매만 가능

- 6월 29일부터 7월 11일까지 정부가 비축분 400t의 천일염을 푸는데, 이것도 여기에 해당

- 정부 비축 천일염은 180개 이상 전통시장에서 판매됨. 지점 리스트는 수엽중앙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확인 가능

- 그 외에도 소금을 판매하는 각종 업체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재고가 있다면 가능

- 대개 20kg당 5~7만원선에 살 수 있음


[장점]

- 국산 햇소금

- 잘만 보관하면 10년은 끄덕 없음


[단점]

- 천일염은 바다 소금으로, 짠 간수가 남아있음. 이것을 2~3년은 빼줘야 깔끔한 소금이 됨

- 간수 빼기는 아래 조건들을 충족해야 함

 - 햇빛이 들지 않으면서 습하지 않고 서늘한 곳에 보관 (20kg 포대는 꽤나 크고 무겁다)

 - 간수 때문에 포대 바닥이 눅눅해져 소금이 상하지 않도록, 바닥에 대야를 받치는 등 배수로를 확보

 - 장독대 같은 항아리 보관이 이상적임


[결론]

- 국산 햇소금을 원하는 가구에 적합

- 소금 초보자 및 일반적인 아파트 환경에서는 보관이 쉽지 않을 수 있으나, 성공적인 천일염 보관 이력이 있거나, 주변에 고수 어르신들이 계시면 가능



2. 5년 이상된 천일염 구매

 [개요]

- 보통 생산한 지 7~15년 정도 된 천일염들로, 1~20kg까지 다양한 용량들로 구성

- 간수가 이미 다 빠져있음

- 특별히 가격대 없음


[장점]

- 간수를 따로 뺄 필요가 없어, 바로 사용 가능

- 상황에 맞는 용량으로 구매 가능


[단점]

- 햇소금에 비해 찾기 어려움. 재고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임

-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잘못하면 너무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음


[결론]

- 굳이 많은 소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구에 적합 (소가족, 1인가구, 김장이나 젓갈을 담그지 않는 집 등)



3. 수입산 소금 구매

 [개요]

- 해외에서 수입되는 각종 소금들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에서 정의한 소금 수입 국가는 다음과 같음 (총 38개국)

 - 천일염 (23개국): 뉴질랜드, 독일, 멕시코 등

 - 암염 (10개국): 미국, 칠레, 몽골 등

 - 호수염 (3개국):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 지하수염 (2개국): 스페인, 터키

- 용량 및 원산지별 가격대가 천차만별


[장점]

- 다양한 소금을 가격과 니즈에 맞게 구매 가능

- 바다 소금인 천일염이 아닌 소금을 구매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심리적 불안이 덜할 수 있음


[단점]

- 수입이므로 수급 불안정, 품질 이슈, 환율에 따른 가격 변동 등 다양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음

- 국산 천일염과 맛이 다른 경우가 있어, 요리에 적용 시 주의가 필요함


[결론]

- 꼭 바다 소금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므로, 오염수 방류가 해양 순환으로 인해 전 세계 바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적합함






가장 좋은 건 소금을 쟁일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포스팅이 훗날 무가치한 것이 되어도 좋으니, 차라리 오염수 방류가 철회되길 바라는 바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넋 놓고 있다가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우리가 될 것이다.


나처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소금 쟁이기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께 위 방법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이만 줄인다.





작년 가을에 대하 구워 먹는다고 신나서 샀던 4kg짜리 천일염. 그땐 이게 이렇게 중요해질 줄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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