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뒤뱅
와인을 마셔본 사람은 누구나 와인의 향에 대해 궁금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맞추는 건 둘째치고 설명서엔 쓰여 있는 향도 잘 모르겠다는 경험을 대부분 했을 것이고. 이런 일반인들을 위해 와인에서 나는 기본 향들을 조그만 병에 담아 논 게 르네 뒤뱅(와인의 향기)이다.
아버지를 이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비바 르누아르가 직접 강의하러 왔다. 그런데 이전에 방송 리포터와 코미디언을 해서인지 순간순간 장난스러운 표정과 눈빛이 스친다. 얼마 전 42세 나이로 출산했는데 지금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1시간 반 정도 강의를 마치고 나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라며 와인 두 병을 꺼낸다. 잔을 들고 모두 둘러서서 서로 소개부터. 앰플에 있는 향을 맡고 와인을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 유전적으로 특정향을 못 맡는 사람들, 시각에 의한 방해(화이트 와인에 향이 없는 빨간 색소를 넣으면 전문가들도 다른 향을 적어 낸다고) 등.
혹시 다른 업체들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몇몇 회사가 있지만 자신들이 업계 최고라고 말한다. 그럼 엄청난 파워 아니냐고 물었다. 사과에서 나는 수많은 향 중에서 몇 가지 물질을 추출하여 앰플을 만들면 와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사과향이 되는 게 아니냐고. 와인 업계를 지배한다기보다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자신들의 목표라고 답한다. 직원이 10명뿐이며, 생산도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회사를 넘기라는 곳이 많았다고 하니 르네 뒤뱅이 가지고 있는 힘은 상당할 듯하다. 와인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지배하는 일 아닌가.
나도 20년 전 하나 사서 아이들이랑 향 맞추기 놀이를 했다고 하자 비바가 환한 미소를 보낸다. 당시 가격이 만만치 않아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그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친한 형님이 술자리에서 이렇게 물으셨다.
"얼만데?"
"60만 원이요"
"정말? 비싸긴 하다"
그리곤 잠시 후 다시 묻는다.
"얼마나 가?"
"최소 20년은 간데요"
어깨를 탁 치며 형이 말한다.
"하루에 100원도 안 하잖아. 사."
그 목소리가 지금도 많이 그립다. 그 이후 힘든 일들도 참 많았는데 듬직하게 잘 자라준 두 아들, 잘 키워주신 형수님, 모두 감사하고.
성제형,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