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떠나는 파리 유학 5

암스테르담 여행

by 신경한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어제 파업 때문에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늘은 모두 정상 운행한다고. 반고흐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1박 2일 암스테르담 여행이다.

바로 반고흐 뮤지엄으로. 맨 아래층 자화상부터 시작해서 한 층 씩 올라가며 감상하는 동안. 행복하기도 했지만, 예술에 마음과 영혼을 바쳐야 한다는 반고흐의 글에 가슴도 아팠다. 적당히 살아도 되는데.

난 반고흐의 자화상을 참 좋아한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아닌 솔직한 자기 자신을 그렸기 때문이다. 쉬운 것 같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


지난주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 장레옹 제롬의 '마스크를 쓴 어린이'가 생각난다. 우리 모두 어른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어린이가 아닌지. 마스크를 벗는 것도 너무 두려운 일인데, 그걸 있는 그대로 그리려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일 텐데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있는데, 반고흐 친구인 샤를 라발이 그린 자화상이 있다. 이거 꼭 요새 찍은 셀카 같다.


마지막 작품인 꽃이 피는 아몬드 나무를 한참 감상하고 있는데 맥심 선생님 문자가 왔다. 셋째 로망이 무사히 태어났다고. 와, 이 그림이 조카가 태어난 걸 기뻐하며 그린건대.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그림을 찍어 보냈다. 고맙다고, 반고흐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답장이 왔다.


점심을 먹고 처음부터 다시 감상할 생각으로 뮤지엄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메뉴에 김치 샌드위치가 있다. 볶은 김치겠지 하고 시켰는데 적당히 잘 익은 진짜 한국 배추김치다. 반고흐 뮤지엄, 사랑스럽다. 나오면서 로망에게 선물하려고 아몬드 나무 쿠션 커버를 하나 샀다.

다음날은 네덜란드 국립 박물관. 여기에도 반고흐 자화상이 있다. 파리에서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던 시절에 그린 거라 색채도 밝고 붓터치도 경쾌하다. 파리지앵 고흐다.


근처에 있는 모코 뮤지엄으로 갔다. 현대 미술이라 크게 기대 안 하고 갔는데, 뱅크시 등 여러 작품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 참 좋았다. 마지막에 타임지 표지, 올해의 인물이라고 쓰여 있는 큰 거울이 있다. 이 작품을 사진 찍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모습이 찍히게 된다. 내 인생의 헤드라인을 묻는 작가에게 지금 찾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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