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내일 어머니가 파리로 오신다. 연세 때문에 많이 고민하시다가 추석 명절에 큰아들 생각이 간절해서 마음먹으셨다고 한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오시면 루브르를 편하게 관람하실 수 있도록 동선을 미리 결정해 두었다. 내가 아미뒤 루브르라고 1년 회원귄을 끊었기 때문에 전용통로로 바로 입장하실 수 있다. 유일하게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리슐리에관으로 간다. 2층까지 올라가서 내가 좋아하는 설리관 리옹 컬렉션으로 이동. 여기는 루브르에서 유일하게 모네, 르누아르 등 인상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리옹의 기부조건이 자기 작품을 한 곳에 모아두는 것이었기에 오르세로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다. 여기 창문에 서면 일직선으로 연결된 루브르 피라미드와 세 개의 개선문(카루젤 개선문, 샹젤리제 개선문,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집트와 로마, 나폴레옹 시대를 거쳐 현대로 이어지는 것. 1달 동안 10번 루브르에 가서 발견한, 나만의 포토 스폿이다.
그런데 2층이 닫혀있는 경우가 제법 있어서 그런 경우 1층으로 내려가 나폴레옹 3세 아파트를 구경하고 드농관으로 이동해서 아폴론 갤러리의 프랑스 왕관을 본 후 모나리자 등 유명한 회화와 조각을 감상할 계획을 세웠다.
어제 사전답사 겸 한국에서 온 후배들을 데리고 루브르로 갔다. 9시 오픈하자마자 들어갈 생각이었다가, 아라비카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9시 반쯤 전용 입구에 섰다. 그런데 갑자기 경비원들이 입장을 중지시킨다. 그리곤 한참 후에 오늘은 특별한 이유로 휴관한다고 말한다.
저녁에 식사를 하며 루브르 절도 뉴스를 보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만약 우리가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면, 시간상 프랑스 왕관을 훔치는 현장에 있었을 수도.
많은 관광객들에게 미안하지만 어머니 모시고 간 날이 아니라 다행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을 함께 보며 행복해하실 어머니를 생각하니 지금부터 기분이 좋다.
루브르는 오늘도 휴관이다. 빨리 해결돼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