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방법, Loi Evin
놀랍게도 프랑스 TV에서는 와인 광고를 전혀 볼 수 없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생각보다 와인을 잘 모른다고 한다. 아는 체할 뿐이라고. 내 생각이 아니다. 우리 학교 프랑스 선생님이 알려준 이야기다.
이번 주 수업은 이와 관계있는 에방법. 1991년 당시 보건부 장관이던 클로드 에방이 주도적으로 만든 법인데, 우리에게는 이름이 묘하게 들린다. 담배와 알코올 중독을 예방하자는 것.
알코올음료의 경우 TV나 영화, 스포츠 등에서는 광고 자체가 금지. 포스터나 잡지 등에서는 광고가 가능하지만 내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제품의 객관적인 정보만 가능하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감성적인 문구는 안된다고. 수업시간에 나온 예들이다.
위 광고는 로제 샴페인 광고라 전체적인 맥락은 객관적이긴 하지만 알코올 소비와 장밋빛 삶을 너무 강하게 연관시킨다고 해서 법원이 금지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일단 와인 양은 통과. 잔의 절반 이상이 채워져 있으면 안 된다고. 문제는 미소 짓고 있는 젊은 여성. 음주 충동을 일으킨다고 금지란다.
프랑스 와인 회사들의 외국에서의 광고와 자국 내 광고를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다.
모두가 좀 지나치다고 느꼈다.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같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프랑스인들은 자유보다 공화를 더 중요시한다고 선생님이 대답한다. 그래서 에방법이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고.
어쨌든 에방법 덕분에 음주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내가 딴지를 걸었다. 음주율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고 에방법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건 무리인 것 같다고. 술 광고가 자유로운 우리나라도 음주율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물론 구체적인 데이터는 찾아보지 않았다.
음주운전 등 음주로 인한 범죄에 더 엄격한 잣대를 대고 폭음이나 회식 등 부정적인 음주문화를 없애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에방법의 논리라면 알코올뿐만 아니라 설탕이나 소금, 지방 등도 규제해야 하고. TV에서 패스트푸드나 콜라 등의 광고 역시 금지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흡연, 특히 간접흡연에 너무 관대한 프랑스 문화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약간 애주가의 변명같긴 하다. 하지만 개인의 건강과 그 선택에 사회가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 각 나라마다 고유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풀어가야 할 쉽지 않은 문제이다. 백신을 강제하는 것, 낙태와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등등.
알코올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로서, 개인과 사회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술을 즐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게 내가 파리 르꼬르동 블루 와인 과정에 입학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