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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는 죽지 않았다: 굿즈와 패션의 가능성

블록체인이 바꾸는 굿즈와 패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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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비싼 JPG’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다

2021년 NFT 열풍은 너무 화려했다. 디지털 아트 한 장이 수십억 원에 거래되며, 사람들은 앞다퉈 “나도 한 장 사볼까?”를 외쳤다. 하지만 거품은 금세 꺼졌다. 거래량은 급락했고, NFT는 ‘비싼 JPG’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NFT가 사라진 게 아니라 새로운 무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이미지 파일을 사고파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 NFT는 굿즈와 패션, 그리고 아트를 잇는 새로운 다리로 진화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주는 ‘진품 인증서’의 힘

NFT의 본질은 ‘희소성과 진위 보장’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전 세계 분산 네트워크에 남겨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즉, NFT는 단순한 디지털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게 진짜라는 증명서가 된다.

20대가 열광하는 키링, 포토카드, 운동화 같은 굿즈에 NFT가 결합되면, 단순한 수집품이 영구히 기록되는 자산으로 바뀐다. 굿즈는 방 한쪽에 걸려 있는 소품이 아니라, 블록체인 위에 남아 평생 따라다니는 “나만의 역사”가 것이다.


럭셔리부터 스트리트까지, NFT 사례들

1. 루이비통, 가방을 넘어 경험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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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루이비통은 €6,000짜리 미니 트렁크를 실물 가방과 NFT 세트로 판매했다. NFT는 단순한 디지털 이미지가 아니었다. 소유자는 해당 NFT를 통해 한정된 온라인 공간에 접근하거나,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특별 이벤트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실물 제품을 산다는 건 곧 디지털 세계에서의 정체성을 함께 구매하는 것이었고, 이는 단순한 ‘가방’ 판매를 넘어 고객을 평생 브랜드 세계로 묶어두는 전략이었다.


2. 나이키 RTFKT, 위조품 시장을 겨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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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는 위조품 문제가 가장 심각한 분야다. 나이키가 인수한 RTFKT는 이를 NFT로 해결하려 했다. 소비자가 한정판 운동화를 사면 동일한 디자인의 디지털 NFT가 함께 제공된다. 이 NFT에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소유권과 거래 이력이 담겨 있어, 중고 시장에서 정품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리셀 플랫폼에서도 NFT 인증 스니커즈는 거래 속도가 빠르고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가 나타났다. 단순히 ‘멋’이 아니라, 신뢰를 사고파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3. Mmerch, 옷 자체를 아트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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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열린 Mmerch의 팝업 스토어는 패션과 NFT를 결합하는 또 다른 실험이었다. 제너러티브 AI가 만든 옷에 NFT를 발행해, 구매자는 단순한 의류 소비자가 아니라 디지털 아트 컬렉터가 된다. 옷을 입는 동시에 블록체인 상에서 하나의 창작물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패션을 ‘소모재’가 아니라 ‘작품’으로 인식하게 만든 첫 시도 중 하나로, 뉴욕의 젊은 소비자들은 “옷장에서 블록체인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경험”이라며 호응을 보였다.

4. K-pop 팬덤, 포토카드가 디지털 족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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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팬덤 문화는 굿즈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특히 포토카드나 키링은 팬들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 아이템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굿즈에 NFT를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NFT 포토카드는 소유자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굿즈를 획득했는지 거래 이력까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팬덤 활동 자체가 디지털 족적으로 남는 것이다. 일부 기획사에서는 NFT 굿즈 소유자에게 온라인 팬 미팅 우선권을 주거나, 특별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NFT의 효용을 넓히고 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

물론, NFT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NFT 거래의 70% 이상이 소수의 거대 컬렉터에게 집중되어 있다. 대중성이 떨어지고, 여전히 “돈 많은 사람들의 장난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사용자 경험도 문제다. NFT를 받기 위해 지갑을 설치하고, 가스비를 계산하는 절차는 여전히 낯설고 불편하다. 굿즈 하나 사는데 블록체인 주소와 거래 수수료를 신경 써야 한다면, 대부분은 그냥 포기한다.

게다가 시장 이미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LG전자가 NFT 아트를 전시할 수 있는 플랫폼 LG Art Lab을 출시했지만, 2025년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기업조차 사업 지속성에서 확신을 갖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도, NFT는 여전히 ‘게임체인저’다

그럼에도 블록체인은 굿즈와 패션, 아트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위조품 검증이 간단해지고, 리셀 시장의 신뢰가 높아진다. 브랜드는 단순 판매를 넘어, 중고 거래에서도 로열티를 가져갈 수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가진 굿즈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이자 정체성의 증명서가 된다.

그리고 이 흐름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우리가 메타버스 속에서 아바타로 생활하는 날이 온다면, 내가 집에서 들고 있는 키링과 아바타가 들고 있는 키링은 블록체인으로 연결될 것이다. 물리적 굿즈와 디지털 굿즈가 하나의 쌍둥이처럼 움직이게 된다.


정체성을 증명하는 새로운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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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게 키링, 포토카드, 한정판 운동화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다. 나를 보여주는 정체성의 일부다. 블록체인은 여기에 “내 것임을 증명하는 힘”을 얹어준다.

아직은 UX가 불편하고, 투기 이미지도 남아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들고 다니는 키링 하나, 신고 있는 운동화 한 켤레, 벽에 붙여둔 포스터 한 장이 블록체인 위에서 평생 내 이름과 함께 기록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소유를 넘어, 나의 삶과 팬덤, 그리고 정체성의 증명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Vogue Business. (2024). Louis Vuitton is selling a €6000 digital mini trunk by Nicolas Ghesquière

Business of Fashion. (2024). Five strategies defining fashion industry’s metaverse future through NFTs & AI

Vogue. (2024). Mmerch pop-up in NYC blends generative AI fashion with NFTs

CoinMarketCap Academy. (2023). NFTs are revolutionizing the K-pop industry

ScienceDirect. (2024). Digital fashion NFT adoption and market concentration analysis

The Verge. (2025). LG Art Lab NFT marketplace to shut down in June


작성자: ITS 28기 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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