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일상은 대부분 작은 몸짓으로 이루어진다. 고양이가 갑자기 화장실을 여러 번 오가는 모습이나 강아지가 평소보다 자주 긁는 행동 같은 것들이다. 예전에는 이런 변화가 보호자의 ‘느낌’에만 기대어 지나갔다. 하지만 최근 반려동물 IoT 기기들은 이 미세한 움직임을 모두 기록하고, 하나의 패턴으로 정리한다. 마치 “이 아이가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신 번역해주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사람의 하루를 수면·활동·스트레스 수치로 바꾸듯, 반려동물의 행동도 센서를 만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힌다. 가속도 센서, 압력 센서, 비전 모델이 조용히 동작하며 반려동물의 하루에 숨겨진 리듬을 수집한다. 이전 시대의 펫케어가 감각적 관찰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해석 가능한 데이터 구조로 전환되는 중이다.
최근 성장하는 영역은 고양이용 스마트 화장실이다. Litter-Robot와 같은 장치는 고양이가 화장실에 오를 때마다 체중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체류 시간의 변화나 배변 간격을 분석한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자동 청소 화장실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센서와 알고리즘이 조용히 건강 신호를 축적한다. 예컨대 평소보다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배변 간격이 불규칙해지면 신장·요로 문제의 초기 가능성으로 읽힌다.
반려견 웨어러블인 Fi Collar 역시 강아지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수집한다. 인간의 스마트워치가 걸음 수를 세듯, 웨어러블은 긁기·멈춤·갑작스러운 활동량 감소 같은 패턴을 구분한다. 몇 주간의 데이터를 비교하면, 보호자가 보기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행동도 변화량으로 드러난다. 최근에는 ‘야간 활성도 증가 → 불안 또는 통증 가능성’, ‘긁기 행동 증가 → 피부염 조짐’ 같은 해석이 실제 수의학적 판단에도 활용되고 있다.
사진 기반 진단 앱 TTcare의 방식도 흥미롭다. 고양이 얼굴을 몇 장 찍으면 눈의 충혈 정도나 피부 톤 변화를 분석해 질환 위험도를 알려준다. 사람의 셀피 진단 기술보다 먼저 상용화된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언어적 보고가 불가능한 동물에게 시각 정보는 가장 직접적인 진단 언어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는 대부분 한 번에 나타나지 않는다. 식사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잠이 일정하지 않게 늘고,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식으로 서서히 반복된다. 문제는 이 작은 변화가 보호자에게는 ‘하필 그날 내가 못 본 순간’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IoT는 바로 이 틈을 메운다. 예컨대 한 달 평균 대비 긁기 행동이 22% 늘었다든지, 배변 간격이 갑자기 짧아졌다는 데이터는 보호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기의 로그에서는 매우 뚜렷한 변화로 드러난다. 스마트 화장실 내부 센서는 반복된 수치를 기반으로 체중 변화를 추적하고, 웨어러블은 패턴의 방향성—증가인지 감소인지—을 비교해 이상치를 찾아낸다.
특히 이런 변화는 스트레스, 알레르기, 신장 질환 등 다양한 위험 신호와 맞닿아 있다. 기기가 보내는 “한번 확인해보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짧은 알림은 결국 보호자에게는 놓쳤을 신호를 ‘제때 확인하라’는 조용한 경고가 된다.
기술은 반려 생활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지만, 기존에 보이지 않던 데이터를 시각화하며 돌봄의 방식에 영향을 준다.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갸웃하는 고양이, 간식 발사기 앞에서 들뜬 강아지 같은 귀여움은 여전히 반려 생활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그 뒤에서 진행되는 ‘데이터 기반 관찰’은 보호자가 동물의 신호를 훨씬 더 정확하게 해석하도록 돕는다.
1인 가구 증가로 보호자가 집에 없는 시간이 늘고, 반려동물 고령화로 만성 질환이 많아지는 현재 상황에서 장기 기록은 특히 의미가 크다. 반려동물의 행동·식습관·밤중 움직임 같은 반복적 정보는 결국 ‘지속성’이라는 무기를 가진다. 기술이 제공하는 건 결국 보호자가 항상 볼 수 없는 시간대의 기록이다.
기술이 성장할수록 ‘데이터의 질’과 ‘해석의 정확도’는 더 중요해진다. 실제로 북미에서는 반려동물 보험사가 IoT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이나 리스크 평가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일부 수의사들은 장기 활동 기록을 진료 참고자료로 사용한다. 행동 데이터, 사진 데이터, 배변 데이터가 서로 결합되면 훨씬 선명한 건강 프로필이 만들어지고, 그 프로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정교해진다.
현재 펫테크 기업들이 집중하는 방향은 단순한 기기 기능 확장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디지털 헬스 프로필’ 구축이다. 이는 반려동물의 패턴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이력을 기반으로 건강 예측 모델을 만드는 작업이다. 결국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장기적 건강 기록을 가지고, 그 데이터가 돌봄 방식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출처
「펫케어를 위한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웨어러블 제품 개발 연구」(2024)
IoT 기반 스마트 펫 헬스케어 시스템 구성 분석 (67-72.chap5)
Igloo Security 칼럼 「기술로 더 가까이, 펫테크가 채우는 멍냥이와의 행복」
Litter-Robot / Whisker - 고양이 스마트 화장실
TTcare - AI 기반 반려동물 사진 분석
Fi Smart Dog Collar - 행동 분석 웨어러블
Furbo Dog Camera - 스마트 홈 펫 카메라
Petcube - 반려동물 IoT 카메라 플랫폼
작성자: ITS 28기 이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