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저녁을 먹기 위해 그라시아거리를 좀 걸었다. 여행객과 퇴근하는 현지인들로 뒤섞인 거리는 북적북적하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니, 거리를 활보하는 많은 사람들은 의외로 휴대폰을 안 본다. 낮에 기차역에서 지나친 많은 사람들 역시도 휴대폰을 안 본다는 게 좀 의외다. 우리나라는 전철 타면 거의 대부분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문화적 차이라고 해야 할까... 왠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여행지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시선이 확보되기도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흡연 문화가 정말 자유롭다. 어디를 가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리낌 없이 걸으면서 담배를 피운다. 아무도 싫은 내색을 하거나 제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같이 금연빌딩, 금연구역, 금연광고와 방송이 사방팔방 있는 곳에서 조금 놀라운 풍경이긴 하다.
저녁을 먹으러 도착한 곳은 비니투스(VINITUS)다. 예약 없이 도착해 보니 웨이팅이 필수다. 마땅히 주변에 아는 곳도 없어서, 가게 앞 벤치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곳은 여행객들뿐만이 아니라, 현지인들도 동네 단골집처럼 가볍게 들르는 꿀대구 맛집이란다.
서로 동네 친구인듯한 은발의 부부 두 커플이 저녁을 먹으러 나왔나 보다. 서로를 만나자 가볍게 볼을 비비며 인사를 나눈다. 여기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영화배우 같다. 대충 차려입은 듯해도 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멋이 있다. 만나서 도란도란 서로의 일상근황을 나눈다. 또 한옆으로는 여행 온 젊은 한국인 커플도 띄엄띄엄 보인다.
30여 분을 기다려 안내된 곳은 오픈 키친의 카운터 좌석이었다. 매장 테이블은 이미 만석이다. 3명이 나란히 앉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카운터 쪽에는 갖가지 신선한 야채와 해산물, 버섯, 고기류들이 진열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군침돌게 한다.
메뉴판을 받고, 우선 상그리아부터 주문한 뒤(스페인은 음료부터 먼저 주문한다), 메뉴판을 찍어서 챗GPT에게 번역을 시켰다. 메뉴명부터 들어가는 주재료까지 깨알같이 순식간에 해석해 준다. 이번 여행에서 인공지능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중에서 먹어봐야지 했던 몇 가지들을 주문했다.
소문난 꿀대구 맛은 달콤하면서도 담백했다. 감바스 알아히요는 탱글탱글 신선한 식감이 놀랍게 맛있다. 보가반테 가재 볶음밥과 오늘의 추천 메뉴도 괜찮다. 문어 요리인 뽈뽀는 약간 숙성된 문어숙회맛 느낌이었다. 함께 곁들이는 상그리아가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서빙하는 직원들도 하나같이 친절하고 상냥하다.
VINITUS의 맛은 스페인식이지만, 과하지 않은 기본적인 맛이랄까. 신선한 재료에 누가 먹어도 거부감 없는 조리기법이 잘 버무려진 맛이었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그라시아 밤거리를 걸어서 숙소인 마제스틱 레지던스(Majestic Hotel & Spa)로 돌아왔다.
체크인하자마자 카사바트요 예약시간이 임박해, 짐보관 서비스에 맡겨 놓았던 짐을 찾아 숙소의 문을 열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봤던 것보다 깨끗하다.
가족 여행, 아이 동반, 직접 요리가 필요하다면 거실 공간이 있고, 주방공간이 있는 APT형 형태도 좋은 것 같다.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낮에 산츠역에서 생수를 사서 마시려고 무의식적으로 뚜껑을 비틀다, 뚜껑이 분리되지 않아 힘을 주었더니 물이 쏟아졌다. 불량이려니 생각했었다.
저녁에 주방에서 물을 먹으려고 뚜껑을 열었는데, 또 분리가 안된다.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 생수병과는 다르게 뚜껑높이가 절반정도인 것이, 돌려서 따고 나면 뚜껑이 분리되지 않고, 끝에 연결되어 매달려 있다.
아마도 뚜껑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차츰 익숙해지니, 나름 뚜껑 찾아 헤매는 일없어 편리한 것 같기도 하다.
다들 피곤해서 기절하듯이 잔듯하다. 눈이 번쩍 뜨여서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30분이다. 전날 일찍 잔 탓일 게다. 더 이상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맹송맹송해서 일어나서 커튼을 걷고, 발코니창을 열어보니 여기도 방충망이 없다. 바로, 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얼굴에 와닿는다. 고개를 쭉 내밀어 밖을 한 바퀴 쭉 돌아보니 잠든 도시는 조용하기 그지없다. 하늘의 달과 별만 빛나고 있다.
자~ 커피를 한 잔 해볼까...
아침에 먹는 나의 애정 커피!
커피 머신이 비치되어 있긴 한데, 결정적으로 캡슐이 없다. 따라서 남편도 나와 같이 믹스로 아침을 연다. 우리나라 커피믹스 꿀맛이다.
남편과 둘이서 어제 지나온 후기를 얘기하며, 오늘 방문할 곳의 스케줄과 내용들을 훑어보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아들이 일어났다. 피곤함이 역력한 얼굴이지만, 공지한 일정대로 움직여주니 고맙다.
숙소에서 걸어서 30분, 택시로 10분 정도 걸리는 바르셀로나의 부엌 '라보케리아'시장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을 예정이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길가 매장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다.
시장은 8:00~20:30분까지인데 일요일은 휴무다. 그라시아거리를 지나, 카탈루나 광장에서 람블라스거리 방향으로 6~7분 걸으면, 오른쪽으로 보케리아 시장이 있다.
시장규모는 그렇게 크진 않지만, 입구부터 색과 냄새와 소리가 동시에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제법 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새벽을 깨우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시장이지 않을까 싶다. 지중해에서 갓 잡아 온 듯한 싱싱한 물고기와 해산물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시간을 압축한 듯한 스페인의 대표 식품 하몽과 치즈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아래 알록달록 잘 익은 과일들, 조각 과일 마세도니아도 먹기 편하게 담겨 있다.
아직 문을 연 식당은 몇 보이지 않는다.
지나다 진열대에 있는 신선한 해산물이 눈에 띄어 들어온 앙코라(Ancora)
아침부터 해산물로 해결하기는 뭔가 좀 이상했지만, 여기는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니까...
스페인은 식당이든 어디서든 물은 다 사 먹어야 한다. 정수기가 없다. 보통 물(아구아) 한 병이 2~3유로 정도 한다. 물이 곧 돈이다. 멋진 푸른 병이 물병이라니...
주문했던 메뉴들이 순식간에 만들어져 나온다. 아직은 이른 아침 시간이라 손님들이 적어서 그런가 보다.
재료들이 신선해서 그런지 음식들이 다 맛있었다. 저녁이었으면 왠지 술안주였을 것만 같은 메뉴들이다.
디저트로 조각과일 마세도니아를 한 컵 사서 나눠 먹었다. 달콤하고 향긋한 것이 입안이 개운해진다.
혹시, 보케리아 시장 구경 오시면, 해산물 꼭 맛보시길... 신선하고, 후회 없는 맛이다.
시장 구경도 잘했고, 아침도 먹었으니 다음 여정을 위해 또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