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의 종소리에 발을 멈추다
잔뜩 흐린 아침날씨다. 한국의 겨울 날씨에 비하면 스페인은 온화한 늦가을 날씨 같다고나 할까... 심하게 춥진 않지만, 그 쌀쌀함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13~15세기에 걸쳐 건축된 고딕 양식의 대표적 성당 바르셀로나 대성당이다. 이곳은 구 시가지의 역사와 신앙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바르셀로나의 수호성녀인 성 에우랄리아에게 봉헌된 '수호성당'이다. 그래서, '성 십자가와 성 에우랄리아 대성당'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는 곳이다.
중세의 골목골목을 지나니, 운무 낀 아침해를 배경으로 뾰족뾰족 높은 첨탑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500여 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건물의 내부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장엄함을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섬세한 고딕 양식의 기둥과 천장이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대성당 내부의 공기는 , 무언가 모를 경건함이 있다.
누구든 이 공간에 들어서면, 종교의 유무와 다양함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공간이 만들어 내는 오래된 침묵과 높이에 겸손해질 뿐이다.
관광지이면서 신성한 예배 장소인 이곳은 현재도, 미사와 종교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돌과 빛, 신앙의 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하나의 건축예술인 것이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한국인이 정말 많이 오는 듯하다. 여기저기 반가운 한국말들이 자주 들린다. 심지어 방문자 가이드칸에 한국어본도 비치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 첨탑으로 올라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곳, 옥상 첨탑에서는 고딕 지구와 바르셀로나 시내를 한눈에 전망할 수 있다.
성당의 수직미를 완성하는 여러 고딕 건축물들이 있다. 특히, 고딕 양식의 상징으로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은 신에게 다가가려는 인간의 염원을 표현하며, 크로세(crockets)가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다.
그 첨탑의 장식은 돌로 만든 레이스처럼 섬세하다. 사람이 돌을 한 땀 한 땀 손수 조각한 이런 거대한 건축물들을 앞으로 얼마나 더 축조할 수 있을까.
그 시대에만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런 장인도, 건축에 몇백 년씩 걸리는 시간도, 빠른 시대의 속도를 감당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여기 회랑 끝 십자가가 있는 곳이 포토존이다. 성 십자가로 덮여 있는 돔과 회랑, 여기서 바르셀로나를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360도 돌아보며 전망할 수 있다. 저 멀리 바다와 수평선도 보인다.
고딕 종탑 첨탑, 말로만 듣던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을 직접 보는 느낌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묵직한 감동이 있다. 그 중후함은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왕관의 장식 같아 보이는 가고일(Gargoyles)은 배수 기능을 가진 건축물로, 빗물을 멀리 흘려보내며 동시에 악을 쫓는 수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정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감동이었다. 묵직하고 맑은 소리가 하늘 높이 멀리멀리 퍼져나가 바르셀로나의 구석구석을 채우는 듯하다.
옥상 첨탑 관람 꿀팁 중 하나는, 3D, 360도 가상투어로 바르셀로나 대성당 내부와 외부를 둘러볼 수 있다. 입체적으로 회전 확대되며 보이는 데, 마치 헬기를 타고, 지중해 푸른 바다를 건너 대성당까지 가는 실제 느낌이라 좀 무서웠다. 그래서, 가끔씩 3D고글 글라스를 눈에서 떼었다 붙였다 현실을 확인하면서 봤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서인지, 고글의 심한 땀 냄새를 참아야 하는 점만 감안한다면, 옥상에서 멋지게 대성당 구석구석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단, 옥상 한 귀퉁이 아무도 모를듯한 구석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좀 찾아야 한다. 우리 MZ의 깨알 같은 정보력 덕분에 알찬 관람을 했다.
옥상 첨탑을 내려오면, 지하 제단에는 바르셀로나의 수호 성녀 에우랄리아의 묘가 안치되어 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위기 때마다 이곳에 모여 그들을 지켜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대성당 중정 회랑에는 13마리의 거위가 살고 있다. 수호성녀 에우랄리아가 순교당할 당시 13세였기 때문에, 이를 상징하기 위한 숫자이다. 오늘은 다 어디 가고 한 마리만 보인다.
성당 건물옆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서 음료를 주문해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방문자용 화장실이 성당 내부에도 있지만, 1유로를 동전 투입기에 넣어야 한다. 동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카페를 들러야 하는 현실.
그래서, 스페인 여행할 때 1유로 동전은 필수로 준비해 가면 좋다.
대성당 앞 광장에는 목~일요일 오전 10시부터 계절별 장식품이나 다양한 수공예품을 파는 플리마켓이 열린다. 오전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오후나 저녁시간에 와 보면 재미있고, 아름다울 듯하다.
중세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한 도시!
바르셀로나의 돌과 시간, 건축물, 사람들
그리고, 바르셀로나대성당의 높은 첨탑과 아름다운 종소리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