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꽃별을 그리며...

by 이팝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환하게 머물던 그 꽃자리가 빗물에 씻기 우듯 하나하나 지워지고 있다.

톡, 톡, 톡... 바야흐로 화려함의 절정이었던 철쭉들이 여기저기 지고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 했던가.. 봄의 끝물! 짧기에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주말 아침, 부엌의 조그만 창을 한껏 연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알싸하게 얼굴에 와닿는다. 그 신선한 공기와 함께 화사하게 피어있는 그 꽃 무더기들을 바라보며, 설거지를 가뿐히 해치운다. 눈과 마음이 화사해지고 힐링이 된다. 무채색이었던 나의 시간들을 순식간에 유채색으로 생동감 있게 바꾸고 있다.


.

.

.


그랬던 내 마음의 철쭉들이었건만,

어느새 천연의 색들이 조금씩 여위어 가고 있다. 어제 아침 산책길에 찍어둔 내 봄꽃친구들을 그리기 위해 태블릿을 들고 와서 부엌창을 바라보며 앉았다. 창밖의 오월 햇살이 눈부시다. 나의 펜 끝에 철쭉은 시들지 않을 것이다. 입꼬리가 점점 올라간다.




앙상하게 메마른 겨울 가지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형언할 수 없던 곱고 화려한 꽃잎들.

하얗게, 붉게, 아침빛에 더욱 빛나고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던 그 꽃들이 별이 되어 지고 있다.


꽃이 별이 되는 시간...


꽃별이 지는 자리에, 기다렸다는 듯이 초록 잎들이 조용한 대비를 이루며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 간다.

꽃의 찬란함과는 또 다른 생명의 싱그러움, 눈부시지 않지만 주변에 활기와 생동감으로 이제부터 뜨거운 여름에 맞설 준비를 할 테다.





마음이 환해지던 그 꽃자리에, 일상의 싱싱함을 담은 연한 초록 바람이 살랑이며 분다.


이제 초록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