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itive vs. Civilized
The Power of Language
최근 북 클럽을 운영하는 친구로부터 "Where the Crawdads Sing"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제목이 생소하긴 했지만 무엇이든 읽고 싶은 시기였기에 만남 후 교보문고로 향했다. 노을빛 아래 카누를 젓는 사람 양쪽으로 나무가 드리워져 있는 표지. 슬퍼 보였다. 그리고 눈길이 가다가도 마음을 바꾸게 하는 Best Seller였다. 대중적인 책은 내 취향이 아니고 슬픈 내용의 책을 읽고 싶은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실용서만 읽던 내가 영문 소설을 일게 되면서 경험했던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느낌을 얻고 싶었다. 책을 샀지만 구매를 망설였던 이유로 한동안은 책장에 꽂아 두었다.
연휴가 돼서 꺼내든 책은 술술 읽혔다. 내 머리가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유튜브에 너무 익숙해진 내게 소설 속 배경과 인물에 대한 묘사는 영상보다 스케일이 컸고 생생했으며 마음의 문을 자주 두드렸다. 줄거리도 매력적이었지만 등장인물과 배경 묘사도 뛰어났다. 시원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크게 던지는 마지막 장까지 Cover to Cover 아끼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스토리 전반에 원시적인 삶과 문명에 기반한 삶의 방식이 나와서 인지 Tara Westover의 'Educate"라는 책이 떠올랐다. 소설의 주인공 "Kaya" 와 실존 인물 Tara는 유사한 점이 많았다. 둘 다 국가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가족들을 고립시키고 문명적인 삶에서 단절시킨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는 것. 그러나 어떠한 계기로 이후 외부 세계와 소통이 시작되면서 빼어난 업적을 이루고 사회인으로서도 자립심 탄탄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업적을 가능케한 중심에 "언어"가 있었다는 것.
"가재가 우는 곳"의 번역가 김선형 님이 "언어"가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고 하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몸만 자라지 않는다. 우리가 구사하는 언어도 늘어간다. 원시적인 표현에 배움과 배려가 붙는 것도 언어가 늘면서이다. 외국어를 처음 배울 때 기본 단어만 사용하면 단어 표현이 굉장히 세다. Kaya의 원시적인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욕구를 Chase가 채워졌다면 Tate는 공교육을 거부한 Kaya에게 읽는 법을 가르쳐 줌으로써 사람과 연인으로서의 사랑을 넘어 Kaya를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다.
Kaya 가 백과사전에 나올법한 습지의 생태계에 대한 자료를 구비하고는 있었다고 해도 언어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은 습지에만 머물렀을 것이다. 읽고 쓸 수 있게 되면서 이 자료들에 묘사와 설명이 붙었고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서 출간까지 이어졌기에. 그리고 책 출간만큼의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지역신문에 호적상 이름(Catherine Danielle Clark)도 가족 간 칭호(Kaya)나 마을 사람들이 붙인 이름(The Marsh Girl)도 아닌 Amanda Hamilton이라는 필명으로 시까지 게재했었기에.
'언어' 의 힘은 이렇게 강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