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 입학 또는 졸업을 앞둔 자녀가 있는 학부모들에게 “레벨테스트”는 AR 지수만큼이나 큰 관심사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초등영어학원 입학테스트를 위해 과외까지 받는다고 하니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레벨테스트는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비슷한 실력의 학생들로 반을 배정하는 게 목적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들은 이제 학습식 공부의 출발점에 서 있는 건데 간혹 레벨 테스트 결과로 아이의 실력과 잠재력이 과소평가될 때가 있어 안타깝다. 현장에서 체험한 바로는 영어유치원을 졸업했어도 단어 암기 혹은 간단하게라도 퀴즈를 꾸준히 본 친구들과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시험시간 집중력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당연히 시간 내 풀 수 있는 문항수도 다르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단어 암기나 스펠링 혹은 문법을 강조하기보다는 원어민 선생님과 ELT 환경 속에서 꾸준한 상호작용에 더 무게를 두는 영어 유치원도 꽤 된다. 이 경우 아이들은 같은 단어라도 듣고 말하고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쓰기 시에는 스펠링 및 문법 오류로 난항을 겪을 때가 있다. 일례로 어떤 친구는 해외 태생인데 코로나 기간에 집에만 있다 보니 듣고 말하는 건 또래 대비 훨씬 뛰어났으나 읽기 자체가 되질 않았다. 또 다른 친구는 해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살고 왔는데 의사소통은 물론 읽기도 곧잘 하는 편이었으나 유창성 대비 스펠링 에러나 동사 시제 같은 기본 문법 오류가 꽤 많았다. 이렇듯 한국의 영유 보다 훨씬 더 영어에 노출된 시간이 많은 아이들도 학습적 훈련 없이는 지문식 영어 혹은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일부 부모님들에겐 초등 영어학원 레테 결과가 영어유치원 성적표같이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훈련의 결과이며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Test scores and measures of achievement tell you where a student is,
but they don't tell you where a student could en up." - Carol S. Dweck-
폭풍의 레테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 영유를 보낸 게 맞는 결정이었나? 혹은 아직 어린데 테스트로 아이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게 맞는 것인가?라는 고민을 나눠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개인적으로 영유에서 일을 해보기 전까지는 영어유치원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모국어로도 의사 표현이 되지 않거나 너무 수줍어 타인과의 교류 자체가 상당한 스트레스인 친구들에게는 굳이 그 시기에 영유를 꼭 보내는 게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상주하면서 계속 아이들을 챙겨주시지만 독심술이 가능하지 않는 한 아이의 마음을 100% 알아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6세 이상 특히 7세 정도가 되면 영어유치원은 여건이 된다면 보내도 좋다고 본다. 이 시기 아이들의 언어에 대한 습득력은 말 그대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과 같다. 아주 깊게 들어가진 않지만 이 나이의 아이들이 천체, 지구의 중력, 물체의 굴절, 조선시대부터 현 정부까지의 역사를 영어로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발표를 하는 걸 보면 눈앞에서 보면서도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게다가 영유는 아무래도 체험이 많기 때문에 어려운 원리도 다양한 실험과 체험을 통해 즐겁게 익히다 보니 영어는 물론 위에서 언급한 다른 과목에 대한 거부감도 덜 한 것 같다.
다음으로 테스트가 꼭 필요한 가에 대해서는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테스트라고 하면 결과에 따라 우열을 나뉘는 부정적인 측면이 먼저 강하게 다가오지만 실은 테스트는 중간 점검이다. 아이가 부족한 부분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고착화되기 전에 잡아주고 보강해 주는 것이고 이미 잘하고 있는 부분은 조금 더 도전해서 안주하지 않도록 자극을 주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모든 아이들이 시험식의 지필 고사를 볼 필요는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중간 점검은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학생 중에 혼자 말을 하는 걸 보면 유창성이 뛰어나 보이는 데 수업 시간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거나 읽었다고 하는데 지문의 주제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테스트가 없다면 이런 경우 교정이 지연될 수가 있다. 테스트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오히려 자주 비슷한 형태에 노출을 시켜서 자연스러운 학습의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