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아침 등이 뻐근했다. 폼 롤러 돌기 마사지도 스트레칭도 효과가 크게 없었다. 금요일 저녁은 보통 퇴근 후 침대 직행이지만 이날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필라테스 수업을 갔다. 너무 피곤하면 기운이 없거나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날 내 컨디션이 딱 그랬다. 뻣뻣한 등을 먼저 풀기 위해 늘 하던 스트레칭을 하려는데 웬걸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마사지로 선생님이 대신 근육 스트레칭을 도와주기로 하셔서 눈을 감고 누웠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잠들 수 있는 상태였는데 선생님이 계속 힘을 빼라고 하시는 거다.
"힘 빼세요 회원님~ 제가 움직일 거에요. 자~ 힘 빼 보세요~."
" 쌤~ 저 힘 뺐는데요? "
" 보세요~. 제가 손을 놓았는데 회원님 팔이 들려 있죠?"
"(어라? 힘이 빠진 느낌인데 안 빠졌네? 뺀 것 같은데 왜 안 빠지지?)
" 제가 돌릴게요." "눈 감고 편안하게 힘 빼고 계세요~."
흔들 흔들 선생님이 팔을 흔드시는데 계속 힘이 들어갔나 보다.
"회원님~ 눈을 감고 몸이 전자레인지에 녹는 치즈"라고 상상해 보세요.
"내 몸이 치즈처럼 녹는다.라고 말하면서 상상해 보세요."
선생님의 가이드를 따라 "내 몸이 치즈처럼 녹는다." 를 반복하며 상상하니 신기하게도 온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면서 조금은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정신이 신체 위에 있구나를 체감한 순간 몸의 힘을 빼는 것도 일을 할 때 힘을 뺴는 것만큼이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이 빼 내는 것보다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있는 게 더 어려운 나에겐 몸마저도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근육과 세포들이 긴장모드로 똘똘 뭉쳐서는 이완이 안 되고 있었다. 처음 보다 몸에 힘이 조금씩 빠지고 근육들이 이완되자 컨디션이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요가를 할 때도 생각해 보면 근육이 충분히 이완된 날 가용 범위가 더 넓어지고 물구나무 서기 같은 숙련자가 할 수 있는 동작이 가뿐히 될 때가 있었다. 일도 마찬가지로 힘이 빠졌을 때 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일들이 잘 풀릴 때가 있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무의식중에 계속 힘이 들어가는 나. 처음엔 잘 해내고 싶어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잠도 잘 안 오고 자다가도 여러 번 깨기를 반복하는 요즘. 힘 빼는 연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