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 위치한 "인디프레스"는 내가 좋아하는 갤러리이다.
전시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예술의 전당 다음으로 좋아했던 작품들이 많았던 곳이다.
사람은 자기 경험치 만큼 세상을 이해하고 본다고 한다. 좋아하는 갤러리이지만 서촌을 찾을 때마다 들어가진 않는데 최근 우주에 꽂혀서 인가? COSMOS라는 단어를 마주한 순간 얼마나 반갑던지 바로 전시관으로 들어갔다.
전시의 정확한 명칭은 "점과 선의 관계, 그리고 균형: 빛의 우주전" "Balance with Line and Dot; COSMOS" 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는 다 들어가 있는 전시라니.
점과 선으로 완성한 정적인 모빌과 움직이는 모빌의 1층 설치 작품도 예술이었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것. 다시 말해 사물은 물론 인간의 몸까지 모든 것은 점, 선,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 노트와 전시물을 보며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꼈다. 완벽한 소등이 가능한 어느 시골 저녁 쏟아지는 별들을 감상할 때의 기분이랄까? 신기하고, 아름답고, 사물과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시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점과 선과 면이 만들어 낸 다양한 결과물들을 보며 경이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지 싶었다.
커피 한 잔과 한나절은 감상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감상이 끝나고 Brian Greene의 책 "Until the End of Time"과 김환기 화백의 점점화 중 하나인 "우주" 가 떠올랐다.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점. 그리고 "Connecting the Dots"으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Steve Jobs의 Stanford 졸업 연사까지 "점"이 들어가는 것들은 다 떠올랐다.
내 인생을 구성하는 점들은 어떤 것일까? 그 점들은 어떤 선이 되어 현재 어떤 형태가 되었나? 내가 원하는 것은 오차 하나 없이 완벽한 정적인 직선일까? 아니면 가로 세로 움직임 있게 뻗어가며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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