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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키 Oct 09. 2023

첫 직원과 굿바이 하기

사업 초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채용.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사업장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 중요도는 커진다. 따라서 사업 초기 가장 먼저 시작하고 공을 들인 부분이 채용이었다.  내가 중요시하게 생각했던 건 크게 3가지였다. 첫째는 직무에 대한 전문성이고 둘째는 변화가 잦을 수밖에 없는 업무에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 마지막은 적어도 1년 이상은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팀을 꾸릴 시에는 영업이익이 전무한 시점이기 때문에 직무와 직급에 관련 없이 직원 한 명 한 명을 정말 심사숙고해서 채용해야 한다.  1인이 1부서 혹은 그 이상의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당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아무리 스터디를 했어도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식견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재의 유연함은 인적성 검사 및 심층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1년을 장기 근무 가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근래 들어 1년만 함께 일할 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인이 어려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1년은 조직에 2년은 업무에 적응하는 기간이고 3년은 되야지만 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실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무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직원과 퇴사를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수습 기간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면 더 난감하다. 이 난감한 일이 내게 지난달 생겼다. 사업장 오픈 시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던 시기 내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직무에 채용된 직원이 두 달 만에 퇴사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숫자와 문서 정리에서 동일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나도 점점 말이 좋게 나가질 못했고 본인도 자괴감이 커졌던 것 같다. 모든 시스템이 세팅된 상태였다면 달랐을까? 싶다가도 문서 업무는 시스템과는 상관이 없는 일인데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일을 해 주면 좋을 텐데라는 관리자로서의 아쉬움이 내 마음속에서도 커지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건 이 직원이 노력을 안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계속 일이 터지다 보니 본인도 점점 겁이 났던 것 같다. 여러 논의 끝에 노력 여부를 떠나 이 사람이 해당 업무에 맞지 않는 사람일 수 있겠다는 납득이 되었고 굿바이 하기로 합의했다.


서로를 위한 선택이지만 이유야 어찌하든 초기 멤버를 보내는 일은 어렵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하루는 조금만 더 노력해 주지 또 어떤 날은 나도 하기 어려웠던 업무는 어떻게 해도 안 됐었잖아 싶다가도 그 새 정이 들어 그야말로 속이 시끄러웠다. 생각이 많아 정리가 되지 않을 때, 업무의 복잡성을 단순화하고 싶을 때마다 찾는 Effortless를 오만에 집어 들었다.  줄을 쳐둔 문장들을 다시 읽어나가다 눈길을 끄는 대목들이 몇 있었다.


일단 내 소유가 되면 객관적인 가치보다 더 높게 금액을 측정하는 사례를 보여주는 "Endowment Effect" 그리고 선택의 명확한 기준을 보여주는"If it isn't a clear yes, then it's a clear no."라는 문장. 마지막으로 Dustin Hoffman이 출연한 영화 Tootsie에서 주인공이 캐스팅을 따내기 위해 본인의 모습을 끊임없이 바꾸려고 노력했음에도 난항을 겪었던 것을 예로 들며 때로는 단순히 안 맞을 수 있는 일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어떻게든 맞추려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많은 노력을 쏟아붇는다는 것


그분도 단지 직무가 안 맞을 뿐이라는 걸 알지만 초기 멤버로 같이 일한 시간이 있어서일까? 마음까지 굿바이 하는 게 쉽지 않다. 해당 직원이 효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나는 세팅을 잘 해 줬었나? 더 능력이 좋은 리더를 만났다면 1년은 근무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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