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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키 Oct 12. 2023

책 덕후가 위기를 돌파하는 법

나는 Book nerd이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미녀와 야수"를 가장 좋아하고 최애 장면이 야수가 미녀에게 도서관을 보여주는 장면이니 어렸을 때부터 책에 대한 내 사랑은 대단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장르에 변화가 생긴 것을 제외하면 지금도 책을 자주 읽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때도 읽고 돌파구가 필요할 때도 읽고 너무 절망적이거나 지루할 때도 책을 읽고 스트레스가 차오를 때도 책을 찾는다.


체력이 바닥이어서 집 앞 커피숍도 마다할 정도로 침대 진드기가 되는 주말에도 유일하게 외출을 마음먹게  때는 새로운 서점이나 북 카페를 발견했을 때이다. 카페 콤마가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워하던 차에 서촌의 "북살롱 텍스트북"을 알게 되었다. 독립서점이나 북카페의 최대 장점은 각각의 큐레이션이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책들을 만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이날도 눈길을 끄는 책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 Ben Horowitz의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는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구입한 책은 금세 읽히기 시작했다. 세상엔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그 뛰어남에 다다를 때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뒤에 있었을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럼에도 CEO 만큼은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넘어 타고 나는 비범함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은 그런 편견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원래 한 번 꽂히면 파고드는 성향도 있고 업무상 스페셜리스트로 살아온 기간이 길다 보니 중간관리자까지는 어떻게 하겠는데 CEO처럼 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규모와 상관없이 살 떨리는 일이었다. 세상이 원래 계획한 데로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현재의 나는 내가 만든 선택의 총합이라는 생각이기에 결국엔 심적인 압박은 오로지 혼자 겪어내야 했다. 지난 한 달은 특히 온몸이 "으~~~~~아"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생전 안 가렵던 머리가 가려워 거울을 보면 두피가 시뻘게 있고 아침에 일어나면 배게 주변으로 무섭게 머리가 빠져 있었다. 계절이 변화면서 머리가 빠지나 싶었는데 한 달 가까이 지속됐다. 무엇을 먹든 속이 쓰리고 자다가 쇳덩이에 눌린 것 같은 압박을 느낀 것도 여러 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 있고 목적도 분명하고 성실하지만 이 정도 깜냥으로 내가 최고 운영자 자리에 있는 게 맞는지 매일 자문했었다. 그러다 출근하고 퇴근하면 또 자문하고 그렇게 추석 연휴까지 여차저차 지나 왔는데 그때 "하드씽"을 만난 것이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같은 책이라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 책을 읽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전에 "하드씽"을 만났다면 소장은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Hard라는 단어 자체만 봐도 이미 "힘들어~"라고나 할까? 한데 그땐 진짜 힘들다 보니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는 대체 뭘까 싶었다. 분야가 전혀 다른 해외에서 성공한 CEO가 저자이니 내게 적용되는 것은 없겠다 싶다가도 제목이 주는 강렬함에 손을 뻗게 됐다.


이렇게 줄을 많이 친 책이 최근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강렬했던 건  스타트업 CEO로 살면서 애처럼 매일 2시간씩 자고 울었다는 것이었다. As a startup CEO, I slept like a baby. I woke up every 2 hours and cried. - Ben Horowitz- 이렇게 대단한 사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나는 2시간보다는 더 자고 있고 매일 울지는 않았기에 용기를 조금 얻었다고나 할까?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하지 말고 늘 그래왔듯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포기만 하지 말자" 로 사고 전환을 하게 됐다.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위기를 돌파하게 된 날이었다.


#BenHorowitz #TheHardThingaboutHardThings #하드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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