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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의과실, 말씀을잘 전달 못한아담

by 윤해


2024.04.18

에덴동산에서 뱀의 꾐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의 행동이 과실이라면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온 이브에게 하나님께서 금단의 열매를 따먹지 말라는 말씀을 잘 전달하지 못한 아담은 잘못한 것이다.

이처럼 이브는 에덴동산의 선악과라는 과실을 따먹어 하나님께 과실의 죄를 범하여 산고의 고통으로 미토콘드리아 이브로서 대를 이어 나가야 했고 , 아담은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전달한 잘못으로 평생을 살기 위해 몸을 움직여 가족을 부양해야 할 원죄를 짊어졌다.

어쩌면 우리 인간이 만든 문명과 펼쳐 온 역사는 선악과라는 과일을 잃어버린 과정에서 파생된 과실과 잘못이라는 원죄에 따른 천형 속에 놓인 인간이 말씀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다시 다가가는 지난한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창세기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가 세상 속에서 분투노력하는 인간의 역사다. 대략 농업혁명이 인간을 정주케 했고 그날 수렵채취한 먹거리를 그날 먹고 해결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농업혁명을 통해 곡물의 생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여 잉여 생산물이라는 새로운 재화에 직면한 우리는 이 재화의 후계자를 확실히 정해야 했고 후계자는 잉여재화를 있게 한 기여자의 입김이 당연히 들어갔고 , 그 기여자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극한의 노동에 내몰린 아담 이었으며 그 아담이 농업혁명의 가부장이 될 자격은 차고도 넘쳤다.

가부장으로 모습을 바꾼 아담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이브에게 잘못 전달하여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는 과실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나님의 말씀을 아예 글로 박아버리고 글을 책으로 만들어 하나님을 유일신 야훼로 책을 바이블로 만든 것은 아닐까?

농업혁명 이후의 인간의 역사는 이 잉여재화를 뺏고 뺏기는 역사다. 이 뺏고 뺏기는 역사가 전쟁사이며 전쟁에서 이브가 설 자리는 없었고 가부장으로 모습을 바꾼 아담의 독무대가 전쟁의 한복판이었으며 늘 출생비의 근소한 우위를 차지한 아담이었지만 전쟁은 아담을 이브에 비해 희소재로 만들기 충분했고 그 결과 역사는 가부장의 아담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간 것 아닐까 짐작된다.

20세기 피비린내 나는 세계대전을 끝으로 21세기 이브의 반란이 거세진 것도 대규모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10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희귀재로서 아담의 지위가 추락한 것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고, 유전적으로 미토콘트리아 이브로서 이미 끈질긴 생명력을 탑재하고 역사적으로 이브로서 고난에 처한 경험도 있는 평화시의 치밀하고 유연하기까지 한 전략가 이브를 무슨 수로 고리타분한 말과 글이나 붙들어 잡고 있는 아담이 당할 수 있겠는가? 일찌감치 판도를 읽고 수그리고 들어가서 젖과 꿀이 흐르는 이브의 에덴동산에 정착한 변절한 아담들이 마냥 부러운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깨달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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