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백 걸음 백사람의 한걸음

by 윤해


2023.11.20

인간이 모여서 만든 세상과 문명이 야생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이 질문보다는 그냥 숲이나 정글에서 적자생존 약육강식이라는 무자비한 밀림의 법칙대로 살면 되지 왜 숲과 정글에서 빠져나와 사바나를 배회하면서 무리를 이루어 전 지구에 퍼져나가 문명을 이룬 근원이 무엇일까?

인간은 여러모로 살펴보아도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기에는 하나하나 개체를 뜯어보면 나약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이 나약한 존재들이 무리를 이루지 않고 나는 잘났어라는 오만과 편견을 가지고 무리를 뛰쳐나가 밀림을 내달리는 즉시 한 사람은 백 걸음도 가기 전에 맹수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 한 끼 식사거리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정글이나 사바나와 같은 야생의 자연에는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영역이 있다. 조금이라도 자기의 영역을 침범하면 죽기 살기로 싸우고 그 싸움의 결과는 무자비한 약육강식의 생태계 먹이사슬로 돌아간다

나무 위라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왕으로 군림할 수는 있어도 한 발짝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순간 바로 야생의 보이지 않는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된다는 것 정도는 인지한 호모사피엔스는 뛰어난 한 사람을 백 걸음 밖으로 보낸 대신 백사람이 모일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다가 백사람의 무리가 모여서 모두 다 같이 마치 네일 암스트롱 선장이 달표면에 첫발을 내딛는 조심스러움으로 한 발짝을 떼고 나무에서 내려왔던 것이다.

어쩌면 이 백사람이 내민 한 걸음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이야기해도 무리가 없다. 우리는 부분인 동시에 전체다. 개별 개체로서 한 사람이 무엇인가 알려면 최소단위까지 사람을 분해해 보아야 알 수 있다. 미시계로 들여다본 분자생물학적 연구의 결과도 한 사람 한 사람은 인간세포뿐만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마이크로 바이오옴이 모여서 만든 존재이다.

이와 같이 생명의 힘은 모이는 데 있고 사명의 힘은 흩어지는 데 있다.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한 개체의 생사를 결정짓듯이 개체와 개체가 만나는 세상, 인생계의 원리도 백 사람이 모여서 내딛는 한걸음이 한 사람이 달리는 백 걸음보다 창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다. 파스칼이 팡세에서 인간의 마음은 연약한 갈대와 같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린다 말했다. 어쩌면 사유와 철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인간세상을 살다 보면 누군가가 꼬아놓은 실타래와 매듭을 풀어 밀림의 나무에서 한 발자국을 내려놓은 인류의 초심으로 돌려놓는 것이 지난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이 나타난다. 이리로 가야 한다고 아니면 저리로 가야 한다고
무엇이 맞을까 어디로 가야 할까 늘 그 사이에 끼어 노심초사하며 방황하는 존재가 우리다. 개별 사안에 대한 대답을 누가 해 주겠는가? 한마디 하자면 파스칼 같이 팡세를 해보라고 노자가 상선약수라고 칭하는 물을 보라고 물은 산정상 옹달샘에서 모여서 사이좋게 산 아래 계곡을 타고 함께 흘러가서 내에서 모이고 내가 흘러가서 강으로 모이고 강에서 모인 물이 흘러가 바다에서 모인다. 물은 모이고 모이고 모이고 만을 반복하지 흩어지지 않는다.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 를 늘 연설의 말미에 달고 살았던 선각자는 과연 당신 말대로 흩어지지 않고 모여서 힘을 합쳐 지금의 번영된 대한민국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 더 궁금한 것은 그렇게 힘을 모아 만든 우리 대한민국이 바람 앞에 선 연약한 갈대가 되어 뿔뿔이 흩어지려 한다는 사실을 짐작이나 했을까. 역사의 정반합은 바다로 흘러가는 무심한 물과 같이 흐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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