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다양성, 세상의 획일성

by 윤해



2023.11.22

자연은 한시도 쉬지 않고 옷을 바꿔 입는다. 봄이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온갖 꽃들이 경쟁하듯 피어 나와 다양한 색깔로 나비와 벌을 유혹하고 여름이면 녹음을 짙게 하고 가지와 이파리를 성장시키며 가을이 되면 풍성하고 다양한 열매를 맺어 동물의 위장에 자신의 씨를 심고 겨울이면 삭풍 부는 벌판의 눈보라를 견뎌내며 지구와 겨루어 지구에 기생하는 생물로서 존재가치를 생존으로서 인정받는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이렇게 춘하추동을 바꾸어 가면서 계절을 살아내는 생물에게 자극과 시련을 함께 주면서 한시도 쉬지 않고 변화한다. 그래서 자연은 무자비한 것이다. 방심과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함이 살아 숨 쉬는 자연에 비해 우리가 만든 문명은 어쩌면 참 단출하다. 자연이 다양성을 통해 지구와 공진화하였다면 세상은 획일성을 기반으로 합목적성을 최고가치로 내세우며 세상이라는 우리에 우리를 가두어 다시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를 내몰고 이것을 문명의 진보라고 여기며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나와 세상을 살면서 왠지 모를 허무함을 느끼는 이유도 세상이란 곳이 합목적성을 바탕으로 경쟁을 하는 곳이다 보니 춘하추동 중에 봄의 따뜻함 여름의 성장 가을의 열매는 어디 가고 없고 차디찬 겨울의 겨룸만 존재하는 생존경쟁의 장으로 세상이 자리매김한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자연에서 지천으로 널린 동식물을 사냥하거나 수렵채집하던 원시인류가 농업혁명을 통해 모여 살고 문명을 일으켜 세워 드디어 지구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지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종의 다양성 먹거리의 다양성을 잃어버린 것은 질보다 양을 택한 우리 인류의 선택인지도 모른다.

문명에서 문은 글월 문인 동시에 무늬 문이다. 글을 통해 세상을 밝히고 우리 속에 인간을 몰아넣고 세상을 만든 우리들, 합목적성을 목표로 쉬지 않고 지구에 기생하여 지구를 개발한 인류는 잡식을 포기하고 편식으로 나아갔고 다양한 자연의 무늬를 포기하고 뇌정보를 기반으로 한 말과 글로써 자연의 다양성을 세상의 획일성으로 교체하였다.

겨울이 오면 물이 얼음으로 변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펄펄 내리는 눈으로 변해 인간 세상에 떨어지면 뇌정보에 의지하여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연의 감성이 우리 심장을 때리면 겨울에 겨룸이라는 생존경쟁을 잠시 잊어버리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눈썰매도 타면서 겨울의 삭막함을 위로받는 것 같다.

그러나 설상가상 눈 위에 눈이 더하는 폭설이 내리면 우리의 감성 스위치는 바로 꺼지고 차가운 판단력으로 우리 심장에 담아 놓았던 환상적이고 포근했던 눈을 사각사각 밟으며 넉가래를 들고 제설작업을 서두는 세상의 나로 돌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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