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사(巨視史)는 보고 미시사(微視史)는 느낀다

by 윤해


2023.12.01


한 해를 달려와 달력의 한 장을 남겨 놓는 심정은 오헨리의 단편소설에서 불치병에 걸린 환자가 창밖을 내다보며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자신의 신세와 동일시하면서 마지막 잎새 하나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그런 심정일까?


흘러간 11개월을 어영부영 보냈었어도 마지막 한 달을 알차게 마무리하여 유종지미를 거두고자 하는 바람은 인지상정이다.


떨어지며 휘둥구는 낙엽의 허망함과 삭풍의 동지섣달 칼바람은 지구에 온 한 생명으로서 겨룸의 계절 겨울이 돌아왔음을 신랄하게 느낀다.


자연의 운행이 아무리 무자비하게 돌아와도 천지지간 만물지중에 최귀한 유인으로서 우리는 보내버린 11개월이 세상이 내게 보여준 거시사라면 이제 남은 한 달은 오롯이 내가 느끼고 재단하고 만드는 미시사로 만들고 싶고 또 그래야만 우리는 휘둘리지 않고 우리 인생을 온전히 살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이는 외부환경에 대해 우리는 저마다 한 마디씩 이야기하며 소감을 말한다. 나름의 가치관 나름의 세계관 나름의 인생관을 가지고 거시사에 대한 의견을 말하지만 누구나의 의견이 모두의 의견이 될 수없고 부분에 불과한 우리가 전모를 볼 수 없는 이치이다.


거시사속에서 미시사를 살아내는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세상은 커다란 코끼리이고 우리는 눈뜬장님이라고 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나라고 하는 상대적 분별심을 아상이라하고 내가 나와 다른 남, 나무를 보는 행위가 글자 그대로의 아상이며 이 아상이 강화된 형태가 에고라는 자아로 발현되고 눈 뜬 장님과 같은 에고가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모습이 거시사속에서 미시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 각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깜깜한 우주에서 우주를 닮은 블랙스완이 하늘에서부터 날아오고 세상이라는 방안에 들어가 터를 잡고 살아보려니 이미 그 방안에는 거대한 코끼리가 자리를 잡고 살고 있으니 손을 뻗어 세상이라는 방안에 코끼리를 만져보기 위해 집대상( 執大象)하여 장님 코끼리 더듬듯 더듬더듬하다가 누구는 코를 만지고 누구는 다리를 만지고 또 누구는 등을 만지면서 나는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것을 알았고 확인했으며 그 전체를 알 수 없는 부분적 지식을 집대성하여 세상에 내어 놓은들 방밖을 나오면 천지현황의 하늘아래 하얀 백조도 검은 백조로 둔갑하는 요술을 경험한다.


이 모든 것이 무지의 지를 알지 못함이며 거시사 속에 놓인 나의 미시사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큰 코끼리를 보면 만져서 집착하는 집대상(執大象)의 대상으로 보고 눈 뜬 장님의 능력으로 세상이라는 방안의 코끼리를 만져보고 집대성하려는 집착일 뿐이다.


이해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평생 지구의 심장, 화산을 화산만큼 사랑한 세계최고의 화산학자 카티아 & 모리스 부부는 세상 속에서 그들의 방안에 있던 화산이라는 코끼리를 집대상 하여 그들의 삶을 집대성하면서 같은 날 같은 시에 화산과 함께 사라질 때 깜깜한 하늘 아래 블랙스완이 방안의 코끼리를 만나 검은 코끼리로 바뀌는 거시사 속에서 그들의 미시사를 느꼈는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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