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5
서양이 그리스 로마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문명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면 동양은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한 중 일 삼국의 치열한 쟁패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지금 현대가 서양 중심의 세계로 굳어지면서 역사마저 착시와 오해로 점철되어 있다고 하지만 고대사부터 근세사에 이르기까지 스케일이나 인구가 만들어낸 파란만장함으로 만 따져도 동양이 서양의 역사와 견주어 조금의 손색이 없는 것도 팩트다.
서양문명의 뿌리는 기독교에 바탕을 둔 성서의 기록이다. 바이블의 기록은 자세하고 세밀한 미시사의 고리다. 이 자세함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성경의 특징은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그리스 로마 영웅들의 대서사 신화를 대체한 인간의 역사를 기록했다는데 방점이 있다.
그에 반해 동양의 역사는 범신론적 세계관에 입각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살아낸 미시사이지만 통일된 정복자나 영웅이 출현하는 거시사의 기록으로 옮겨 가는 순간 그 기록은 인간의 약함과 악함을 뛰어넘는 왕과 황제와 천황의 이름으로 신화의 세계로 회귀되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윤색과 덧칠 그리고 비약과 생략이 횡횡하다 보니 한 중 일 삼국의 역사는 잃어버린 고리를 찾기가 오리무중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6세기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해상무역 대국 백제의 위상은 대륙이 남북조로 갈려 치열한 쟁패가 이어지고 일본도 아스카 시대에 접어드는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위치였으리라 짐작한다.
1971년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서 발굴된 백제 25대 무령왕릉의 무덤은 그 당시 격동하던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일본 중국을 잇는 동아시아 역사의 판도와 관계를 유물로서 보여준 획기적인 발굴이었다. 해상대국 백제가 단순히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일본을 아우르며 영향력과 물자를 교환하는 핵심국가임을 그대로 드러내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장대한 스케일의 한중일 삼국지가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임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우리 인체가 숙주와 기생충 그리고 미생물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 이듯이 자연계의 생존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탁란이라고 부르는 뻐꾸기가 알을 낳고 부화하는 방식이다.
어미 뻐꾸기가 뱁새둥지에 뻐꾸기알을 낳고 36계 줄행랑을 치고 자기 알로 오인한 뱁새가 뻐꾸기 알을 품어 부화에 성공한 새끼 뻐꾸기가 부화되자마자 새끼 뻐꾸기는 재빨리 뱁새알을 둥지에서 밀어내고 뱁새 새끼의 자리를 독차지하고 뱁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독식하다가 성장하면 뱁새둥지 아니 뻐꾸기 둥지로 날아가는 기막힌 자연계의 생존방식을 왜 탁란이라고 부르며 탁란 후 날아가는 새 말 그대로 비조가 비조인 이유가 의아하면서도 수긍이 간다.
자연계의 탁란을 닮아 인생계 거시사 속에도 탁란이라고 하는 위장과 기만이 수시로 등장한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권모술수 못지않은 암투와 탁란의 역사가 6세기 아스카 시대 일본에서 벌어졌을 것이고 도래인이라 불리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수많은 뻐꾸기들이 자신의 알을 일본열도라는 둥지 안에 밀어놓고 탁란 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백 년이 흐른 660년 백제 최후의 날 백제 백강전투에서 백제를 구원하러 온 일본함대가 나당연합군에 궤멸되면서 백제가 멸망한 것을 보면 6세기 탁란의 최후승자는 백제계 뻐꾸기로 짐작되고 그가 일본 천황가라는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새, 즉 일본의 비조라고 미루어 가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