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족 지예절(衣食足知禮節), 지주(知住) 지기(知器)

by 윤해



2023.12.06

항온동물인 호모사피엔스가 어머니 자궁 속의 바다와 같은 양수 안에서 열 달을 지내다가 세상으로 나오는 모습은 마치 원시대양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물고기가 뭍으로 상륙하는 것과 버금가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양수 속에서 탯줄을 통해 모태로부터 영양을 공급받고 호흡을 하던 애기가 때가 되어 양수가 터지고 산파의 손에 의해 세상으로 태어나는 순간 우렁찬 울음을 울고 첫 호흡이 터져야 비로소 생존이 확인되고 동시에 항온을 유지하기 위해 애기를 강보에 싸면서 보온을 하고 태어나자마자 초유수유 전 배냇저고리라는 옷부터 입히는 것이다.

이렇게 입힌 다음 먹이는 순서가 의식 (衣食)이 되고 의식 (衣食)이라는 의식(儀式)을 치른 후 애기는 엄마품에 안겨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한 생명으로 쌔근쌔근 잠드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보는 것이요 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원리에 의해 세상은 시작되고 세상이 굴러가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다는 의미가 세상에 노출되는 것이요 노출된 우리는 끊임없이 세상을 보고 뇌에 스캔하고 호불호를 가늠하면서 세상을 알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엄마품에 안겨 젖을 빨고 포만감을 느끼는 애기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풍요롭게 보이고 이제 엄마품을 떠나 절기를 알아 철이 드는 것을 지예절(知禮節)이라 한다면 지예절 후 소년이 청년이 되고 청년이 지아비가 되는 과정에서 보금자리를 꾸미는 지주(知住) 야말로 세상을 살면서 고금을 통해 초미의 관심사요 필수적 조건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 재화의 대부분을 투입하고도 모자라 빚까지 얻어 평생 그 빚을 갚아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초상이다.

내 집 마련 못지않게 우리의 인생을 투사하는 것이 세상이 문명이라는 이름 또는 기술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는 문명의 이기다. 과연 그것이 이기인지 해기( 害器) 인지 누가 판단을 한 것인지는 모르나 분명한 것은 그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세상에 취해 우리를 세상밖으로 빠져나오는데 큰 장애물인 동시에 우리를 가두는 우리라는 것이다.

유년시절 장난감의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준 문명의 기구들이 철들면서 종류도 다양해지고 기능도 업데이터 되면서 크기도 커지고 가격도 비싸지는 갖가지 물건들이 우리를 에워싸며 우리는 그것들이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주는 과학기술의 개가이며 기술혁신의 총아이고 무엇보다 문명의 이기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지기(知器) 하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우리의 재화를 쏟아 넣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입고 먹고 난 다음 예절을 알았고 예절을 알고 난 다음 지주(知住)하고 지기(知器) 하였는지를 되짚어 보고 지금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문명의 이기로만 알고 있고 쓰고 있는 물건들이 한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이기인지 해기(害器) 인지까지 알아야 우리가 유년시절에 놀던 장난감이 작난감(作難監)이 되어 우리를 어려움에 봉착하는 해기(害器)가 되는 것을 막고 수단과 방법이 본질을 핍박하는 어리석음에서 빠져나와 우리가 한 생을 온전히 사는 방법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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