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하모니, 천시 지리 인화
2023.12.20
하늘의 때를 맞춰 태어나 땅의 이치에 맞춰 성장하면서 사람들과 화합하며 살아지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천시는 무자비하게 흐르고 지리는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하게 다가오고 사람과 사람들 간의 관계는 오리무중이다.
우리가 자연에서 나서 세상을 살아가는 여행길에서 이러한 어려움과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감각만이라도 우리가 가진다면 인생에 대한 이해도가 늘어날 것이고 이해하면 할수록 인생을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라는 토인비의 말처럼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는 전쟁사이다. 조금이라도 약한 고리가 보이면 집요하게 고리를 파고드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는 천시를 맞춰 태어난 우리가 땅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그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문명으로 전화위복 한 지혜자가 바로 우리 호모사피엔스이다.
전쟁사가 역사라고 하니까 인간들끼리 죽기 살기로 싸움질만 한 것 같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전쟁은 인화의 최종산물이다. 사냥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도울 때 더 큰 이익을 도모하고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지리를 깨달은 우리 인류의 다음 행보는 말과 글을 만들어 문명을 일으켰고 이 문명, 즉 civilization이라는 말과 같이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었고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평시에는 시민과 시민들 사이의 인간성 함양을 문명발전의 척도로 여겼으며 이 인간성을 갈고닦는 과정이 인생이고 인생의 최종목표가 인화였을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면서 유럽을 공포와 충격에 빠트렸던 칭기즈칸의 위업도 몽골초원에서 사분오열되었던 이름 없는 부족들을 통합한 인화의 힘으로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고,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왕정을 무너뜨린 것은 부르주아와 농민 노동자들의 인화의 결과였다. 이 인화의 결과가 나폴레옹군대라고 하는 보통 시민군대의 조직으로 이어졌고 이 나폴레옹 군대는 유럽을 석권하고 근대서양의 역사를 세계사의 주류로 올려놓은 것이다.
정반합의 원리가 지배하는 역사 속에서 바른 것을 뒤집는 반동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르다는 것의 척도, 사회나 국가의 조직 기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아짐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낡아빠진 조직들이 변모하는 천시와 지리를 만나면 정이 반이 되고 정과 반이 만나서 합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관성의 동물이므로 고정된 무엇인가를 늘 추구한다. 종교 진리 약속을 통하여 세상 속에서 갈등하지 않고 편안하게 무언가를 믿고 싶은 마음에서 끝없는 고정된 이상향을 찾아 나서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모든 것은 내 손안에 있으며, 서유기의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수만리를 날아갔건만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치와 같이 우리네 인간의 삶도 평생을 살아도 변함없는 진리를 찾아 구도해 보지만 모든 것은 변화하는 천시와 지리 앞에 당황하면서 구도의 길에서 절망도 하고 강한 반동으로 극복하기도 하는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네 인생이 시간이 되면 사라진다는 것은 엄혹한 현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가면서 모든 것은 순차적으로 사라진다. 선입선출의 질서에 의해 사라지는 길을 우리는 살아간다. 다만 그 삶의 도정에서 조금이라도 서로 돕고 이해하는 마음만이 천시와 지리가 아무리 변화해도 바꿀 수 없는 진리로 인생에서 인화라는 덕목으로 우리 기억에 아로새겨질 유일한 진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