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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Apr 25. 2024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고, 질문에는 대답이 필요하다



2024.04.25

인생은 어쩌면 문제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옷을 입고 세상에 살다 보면 하루에도 만나는 문제가 눈만 뜨면 우르르 달려든다.


 일 문제, 직장 문제, 부모 자식 문제, 남녀 문제, 부부 문제,  친구문제, 이제는 급기야 손주문제(?)까지......
그러나 다행히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가 보다.


 죽고 사는 문제만 아니라면 어떻게 그럭저럭 또 해결이 되면서 하루는 머리를 감싸고 하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면서  일생을 살아간다.


문제(問題)란 무엇일까?

파자(破字)하면 문 문안에 입 구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서 옳을 시와 머리 혈이 결합된 세상에서 마주치는 숙제를 노려보고 있다.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먹지 않으면 안 되듯이 인생 문제도 한시도 쉴 틈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묵직한 울림으로 문제는 어느새 인생 어디에나 널려있고 우리와 함께 하는 동반자로 인식해야만 우리는 어느 정도 문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해결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은 문제가 없으면 억지로 만드는 이상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워낙 인생에서 딱 붙어 다니는 짝꿍으로 여기는 건지 이 문제라는 단짝이 어디 가고 없는 한가한 날에는 도리어 주리를 틀고 내적 결핍으로 몸부림치면서 스스로 문제를 억지로 일으켜서 풀기도 하는 희한한 존재가 바로 우리이기도 하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논어라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 간의 문답, 부처와 불제자 간의 수많은 문답의 결과가 경전과 불경이 듯이 질문과 대답은 진리를 구도하는 과정에서 빼먹을 수도 순서를 뒤바꿀 수도 없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즉 질문이 없으면 대답도 없는 것이다.


 뛰어난 학생이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둣이 뛰어난 제자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스승을 자극하고 도발하여 자신의 내적결핍을 채우려 들고 스승은 흘러넘치는 지식과 지혜를 감당키 어려워  스스로 이기고  쌓아 올린 지식과 지혜의 보따리를 서슴없이 풀고 마치 체증이 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대답이라는 도구를 통해 실현시킨다.


이러한 스승과 제자가 벌이는 질문과 대답은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와 같고, 부화과정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어미 닭이 껍질을 쪼는 줄탁동시(啐啄同時)요 젖먹이를 키우는 산모가 배고프다고 우는 아기에게 소중한 모유를 수유키 위해 팅팅 불은 젖꼭지를 아기가 힘껏 빨 때에  모자가 느끼는  쾌감 같은 것이리라 짐작한다.

이처럼 질문과 대답은 동전의 양면과 같고 제자가 수준 높은 질문을 하면 스승은 마치 대나무 밑에 헝클어진 잔뿌리를 하나하나 엮고 합하여 맥락을 잇고 잘라 드디어 답을 내어놓는 것이 답 그 자체의  사전적 의미이기도 하다.

AI 혁명 시대에 스승은 간데없고 네이버 선생이 광풍같이 온 나라를 휩쓸더니만 이제 또 chat GPT 선생이 나도 여기 있다고 외친다.


 그 어디에도 오케스트라의 감성과 줄탁동시(啐啄同時)와 수유하고 받는 모자의 사랑, 그리고  진리를 파고드는 스승과 제자 간의 리드미컬한 문답은 다 어디로 가고  자판을  두드리는 기계음 만이 새로운 세상에  우리가 있음을 무심히 알린다.

 

스승과 제자 간 질문과 대답이라는  따뜻한 체온은 어디로 실종되어 없어지고 문제와 해결이라는 차가운 동반자와 씨름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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