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에서 책도 아는 사람으로

by 윤해



2024.03.08

지구에 온 생명체로서 얼굴의 역할이 어떤 것 인지부터 알아야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가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얼굴의 역할을 알려면 일단 얼굴의 위치부터 파악해야 한다. 얼굴을 가진 대부분의 생명체의 얼굴의 위치는 앞에 있다. 즉 앞으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다른 생명체를 인지하고 그 정보를 수용하여 그에 따른 감각을 가지고 먹을 것인지 도피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모든 감각기관이 얼굴에 몰려있다.

두 눈으로 먹이를 판별하고 코로 먹거리의 냄새를 맡고 최종적으로 입에 넣고 혀로 맛을 본 다음 몸 안으로 밀어 넣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생명체의 얼굴에 이목구비가 위치해 있는 이유이다. 특히 귀는 생사가 걸려 있는 환경에서 조그마한 조짐이나 기척을 놓치면 바로 잡아 먹히므로 극도로 민감하고 예민하며 생사를 좌우하는 감각기관으로 진화했다.

캄브리아기 생명의 대폭발은 이렇게 일어났고 그렇게 진화를 거듭한 생명은 생존하기 위해 진행방향 맨 앞쪽에 이목구비 등을 장착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얼굴에 위치한 이목구비가 수억 년이 흘러 진화를 거듭하여 인류가 탄생하고 그렇게 탄생된 인류가 호모사피엔스로 호모사피엔스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맨 앞쪽에 있던 얼굴이 위쪽으로 이동되고 위쪽으로 이동된 이목구비는 생존하기 위해 더욱더 정교해지면서 생존에 더해 소통 기능까지 담당하면서 말과 글을 발명하여 드디어 지구상에 문명을 일으켰다. 문명을 통해 세상 속의 인간으로 재탄생한 우리 인류는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면서 우리 얼굴을 구성하는 이목구비를 자연 속에서 생존을 위한 감각기관에서 세상 속에서 경쟁을 위한 감각기관으로 변모했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살아남고 배부르면 끝나는 현실이 아니고 무한경쟁의 루프를 돌리며 이목구비를 한계상황 너머까지 몰아 붙이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의 얼굴이다.

말과 글은 신화를 만들고 신화는 종교를 만들고 종교는 과학을 만들었다.

이러한 문명은 필연적으로 책을 잉태하고 책은 배움을 잉태하고 배움은 총명을 요구한다. 귀 밝을 총과 눈 밝을 명이 결합된 총명으로 인하여 눈과 귀를 혹사한 우리 문명은 결과적으로 난시는 과거의 문제이고 난청은 미래의 문제이다라는 말과 같이 우리 얼굴의 감각기관을 기진맥진하게 만들어 놓았다.

여백의 뇌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 인류가 그 여백을 채우는 과정에서 문명을 학습하고 문명의 학습은 말과 글로 기록된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보고 듣는 얼굴에 있는 이목구비 중에 귀와 눈, 이목의 혹사를 가져오는 난청과 근시의 시대에 살면서 자연의 소리와 지평선, 수평선을 보지 못하며 장자의 말처럼 大知閑閑 小知間間, 즉 큰 지식은 툭 터져서 시원스럽고 작은 지식은 사소하게 따지기나 좋아한다는 말이 새삼 다가오면서 평생 2만 권의 책을 읽고 스스로 간서치(看書痴), 책만 읽는 바보라고 자조했던 실학자 이덕무의 삶에서 앎을 향한 세상 속의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고 지식을 너머 지혜에 다다르기 위해 책도 읽는 자연을 둘러보고 전후좌우 동서남북 사방팔방 지위고하 춘하추동을 모두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우리가 가진 여백을 충만하게 채울 수 있으려나 기대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호접지몽, 장자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