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지몽, 장자의 꿈

by 윤해


2024.03.07


세상은 우연과 필연이 겹치는 장소다. 살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고 나서 스치는 듯 문득 드는 첫 번째 생각은 시간을 되돌려 내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 아니었던가 라는 부질없는 가정과 후회가 밀려드는 것은 우연과 필연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겪는 한계다.


겉으로 보면 사고는 우연의 산물이며 일상은 필연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도 인과를 심층적으로 면밀히 따져보면 수많은 필연이 겹쳐서 일어났을 뿐 순전한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이던 필연이던 모두가 연기법의 범주에 속하고 이 인연이라는 인과응보의 매트릭스에 벗어날 수 없는 우리는 어쩌면 신이 설계한 거대한 매트릭스 안의 게임 캐릭터 안의 존재가 아닌가 하고 가끔은 생각되는 순간도 있다.


나비의 비행은 모든 면에서 독특하다. 일단 나비 날개에 새겨진 독특한 문양과 색깔은 마치 인간의 지문 마냥 다채롭기 그지없다. 그 독특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가 바람을 가르고 이 꽃 저 꽃을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저 입을 헤 벌리며 감탄하고 경계를 풀고 꽃과 더불어 나비의 비행에 경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꽃과 나비는 사람으로 따지면 남과 여의 관계다. 이쁘게 치장한 여자를 찾아가는 남자의 설레는 마음같이 이리저리 비행하는 나비를 유혹하는 듯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아름다운 꽃을 보고 있노라면 화무십일홍이란 꽃의 짧고 덧없음이 오히려 부러울 때도 있다.


호접지몽의 장자와 같이 내가 꿈속의 나비인지 꿈을 깨고 난 사람인지 도무지 모를 정도로 나비의 비행은 아름답고 우아하여 깨기 싫은 일장춘몽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각박해서 꿈 깨고 나면 어디서 날아온 파리떼들의 왱왱거리는 소음에 둘러 싸이며 소스라치게 놀래곤 한다.


우리가 호접몽 속에 있던 세상 속에 있던 진아로서 우리는 달라진 게 없다. 호접몽 속에 나는 아름다운 꽃밭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소요를 하고 있었다면 세상 속에 나는 종종걸음도 모자라 뜀박질도 불사하며 왱왱거리는 파리떼를 피해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가련한 존재인가?


호접지몽을 꾼 장자의 해석처럼 세상은 조삼모사라는 본질을 깨닫고 대지한한(大知閑閑) 소지간간 (小知間間),즉 큰 지식은 툭 터져서 시원스럽고 작은 지식은 사소하게 따지기나 좋아한다는 말과 같이 너무 애를 끓이지 말고 유유자적하게 유한한 삶에서 영원한 앎을 추구하는 것이 호접몽을 깬 우리가 명심해야 할 금과옥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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