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 bag이 되고 보따리가 보자기가 되었네

by 윤해


2024.03.16


가방은 학창 시절 내내 우리와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등굣길이나 하굣길이나 친구와 같이 움직일 때도 아니면 호젓하게 혼자서 걸어갈 때도 책가방은 끈질기게 우리와 함께 한 친근했던 동반자요 추억의 대상이며 젊은 날의 짐이자 멍에이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남자는 직장에서 여전히 책 대신에 서류를 집어넣은 서류가방을 들고 도심의 세련된 빌딩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에서 출세를 향한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고, 여자는 명품백을 들고 도심의 화려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모습에서 든든한 백을 가진 여성의 향기를 풍기기도 하였다.


우리들에게 이토록 친숙한 가방이 순우리말이 아니란 것도 의아하지만 가방은 네덜란드어 kabas가 일본에 전해져 가방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근대화와 함께 보통교육이 시행되면서 가방은 국민들 삶에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소품이요 필수품이 되어 일종의 멍에인지 짐인지 아니면 힘인지 모를 모습을 하고 우리들 옆에서 항상 붙어 다니면서 우리와 인생을 함께하고 있다.


가방과 bag이 서양에서 전래된 외래어라면 보따리는 산스크리스트어에서 유래된 pottalii가 어원이며 우리말에 남아있는 산스크리트어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방이 전래되기 전에 보따리와 보자기를 가지고 생활했던 우리 조상들의 한평생 삶이 보따리를 풀고 보자기로 싸는 삶이라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가방이 백이 되고 보따리가 보자기가 되어도 변치 않는 진리는 가방과 백 보따리와 보자기는 우리의 삶을 담는 그릇이자 껍데기이며 겉포장이고 외양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내실과 실체, 즉 알맹이는 알맹이를 보호하려는 껍데기로 가려져 있으며 버선목을 뒤집듯이 가방이나 보따리를 풀지 않으면 결국 실체적 본모습에 도달하지 못하고 배후의 백(bag)이나 화려한 문양에 가리어져 형형색색의 보자기만 보기가 쉽다.


인구절벽이니, 인구소멸이니 하는 문제도 껍데기인 보자기만 화려한 대책으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보여주기 식 백화점 같은 상술이었음이 수십 년간 출산장려정책 300조를 집행하고도 합계출산율 0.65명의 초라한 성적표가 여실히 증명한다.


알맹이가 없고 보자기만 화려하게 꾸미는 짓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혼란했던 과거에서 빠져나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의 보따리를 풀어야지 언제까지 모리배나 모사꾼들이 싸놓은 화려한 보자기에 현혹되어 국부의 알맹이가 썩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이제는 멈춰야 할 때가 온 것 아닐까?


우리나라도 이제 화려한 수사와 선동을 무기로 혹세무민 하는 세력들의 부족한 실력을 화려한 문양의 보자기로 꽁꽁 싸서 포장만 화려하게 보이려는 집단은 우리 국민들에게 든든한 백이 아니라 멍에요 짐과 같은 존재이니 그들이 이야기하는 실체를 보기 위해 보자기를 풀고 실체의 보따리를 풀어헤쳐 진실에 다가가야 명실상부한 선진국 국민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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